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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꾹꿍 Mar 16. 2016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

자발적 내려놓음


살다보면 원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이루어질 때도 있고 안 이뤄질 때도 있어요.

 이때 안 이뤄진다고 괴로워할 이유가 없어요.

안 이뤄지면 어떻게 하면 됩니까?

 다시 시도하면 되요.

또 안 되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또다시 시도하면 되요.

그래도 안 되면 어떻게 할까요?  

안하면 됩니다.

 그래도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할까요?

또 하면 됩니다. 그냥 하면 되요.

 어차피 한 번에 성공하게 되면 다른 일을 또 해야 하지 않습니까?

 결국 그 시간에 열 가지를 하든 하나를 갖고 열 번을 든 인생은 똑같아요.

 높은 고개를 한번 넘으나 작은 고개를 열 번 넘으나 높이는 어차피 똑같이 올라가는 거예요.

 따라서 되고 안 되고는 별로 중요 한 게 아니에요.

 무조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겁니다.     

 (법륜스님의 ‘스님의 주례사’ 중에서)


내 상황과 정확히 똑 떨어지는 말이다. 임신을 원하면 시술을 하면 되고, 안되면 또 하면 되고,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고, 그래도 하고 싶으면 또 하면 된다. 그리고 안 되면 마는 것이다.


무조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내 마음은 지옥이었다. 안되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내 인생은 더 나아가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철썩 주저앉은 거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을 넘어서 ‘안 되도 상관없다.’ 라고 생각하는데 까지 나를 데리고 가야한다.

 

수영을 잠깐 배웠다. 이 나이 되도록 수영을 못하니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특히  휴양지로 놀러가서 멋진 인피니트풀에서 튜브 끼고 놀려니 모양새가 영 아니올시다 였다. 무엇보다도 물에 대한 공포증을 이겨내는 것이 멋지게 자유형을 구사하는 것보다 나에게 중요했다. 물이 무서우니 자꾸 몸에 힘이 들어갔다. 수영을 배우는 동안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은 ‘몸에 힘 빼~!!’였다. 락스 물을 한바탕 먹고, 또 먹고 나서야 조금씩 힘을 빼는 법을 익혔다. 수영에서 힘을 빼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케이팝스타’를 보니 박진영이 힘을 빼야 고음을 낼 수 있다고 한다. 고음을 내려면 모두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힘을 준다. 그런데 오히려 힘을 빼야 고음을 낼 수 있다고 하는 것이다. 목도, 어깨도 전부 경직되지 않게 힘을 빼야 소리가 자유자재로 나온다.  


그 순간 느꼈다. 수영도, 노래도 그러하듯 모든 일이 힘을 빼고 살아야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지금 나는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었다. 물에 빠져 죽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쓰고 있었다. 힘을 빼야 넌 살 수 있다고 주변에서 이야기해도 힘을 못 빼고 허우적거리는 수영장 속의 내가 떠올랐다. 지금 내 모양이 딱 그런 꼴이었다.


 움켜쥐고 있던 것들을 내려놓기로 했다. ‘무조건 돼야 돼.’라는 생각을 버리자 마음이 놀랄 정도로 평온해 졌다. 난임 부부들은 이 말을 주변으로부터 참 많이 듣는다.

내려놓으라는 말. 마음 편하게 먹으라는 말. 너무 많이 들어서 오히려 상처가 되는 말이다.      

 

내려놓음은 진심으로 내 안에서 허락을 해야 된다. 타인에 의해서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그리고 자발적으로 내려놓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기로 했다.       


나는 그날의 강렬한 기분을 잊지 못한다. 난임 휴직이 끝나가고 복직을 3개월 앞두고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많이 보았다.


* '책 100권 읽기의 기적' 이전 글


3개월간 100권의 책을 집중해서 보았는데, 한 30권 정도를 읽은 시점에 도서관에서 집을 가는 길이었다. 길가에 핀 야생화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상쾌한 공기가 느껴졌다.


입에서 절로 이러한 말이 튀어 나왔다.

아~ 행복해.


그렇게 세상에서 한 발 물러나자 비로소 꽃과 구름과 바람이 보였다.


하늘은 매일 같이 이 아름다운 것들을 내게 주었지만 정작 나는 그 축복을 못 받고 있었다. 선물을 받으려면 두 손을 펼쳐야 하는데 내 손은 늘 뭔가를 꽉 쥐고 있었으니.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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