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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애 Dec 05. 2023

내일과 내 일이 아닌 일(4)

괜찮겠거니, 하고 더는 묻지 않았다.

    “커피 마실래?”

    효진이 물으며 등 뒤의 가방을 앞으로 멨다. 지퍼를 열자 가방 입이 활짝 벌어지며 텀블러와 비닐에 담긴 계란, 종이컵, 휴지, 물티슈, 초콜릿, 보조배터리 등이 보였다. 작은 종이 가방도 하나 들어 있었는데 모양새를 보니 김밥인 것 같았다.

    “이걸 다 언제 준비했어?”

    감탄하며 그 안에서 종이컵을 꺼냈고 효진은 텀블러 뚜껑을 열었다. 얌전히 내민 컵 안으로 효진이 커피를 따라 주었다. 액체가 차오르는 속도에 맞춰 새끼손가락부터 천천히 온기가 퍼졌다. 쌀쌀한 새벽 공기에 얼어 있던 입술 끝을 대고 조심히 한 입 머금자, 뜨겁고도 달큼한 커피가 기분 좋게 입안을 데웠다.

    “설탕 넣었어?”

    “아니.”

    “그런데 어쩜 이렇게 달아?”

    “원래 산 정상에서는 뭘 먹어도 달아” 말하고는 시간을 확인한 효진이 덧붙여 물었다.

    “너무 서둘렀나 봐. 일출까지 20분은 더 남았네. 계란이라도 먹고 있을래?”

    내가 끄덕이자 효진은 주섬주섬 계란을 건네고는 동이 틀 쪽의 하늘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탁, 계란 깨는 소리에 효진이 지나치게 놀라며 커피를 쏟았다.

    “앗, 뜨거.”

    “어떡해! 괜찮아?” 하는 한바탕 난리가 이어지고 나는 재빠르게 효진의 가방 고리에 묶여 있던 손수건을 풀어 효진의 손을 감쌌다. 커피가 팔 안쪽까지 흐른 것 같아 소매를 걷어 주려는데 효진이 잽싸게 손목을 빼며 만류했다.

    “괜찮아, 괜찮아.”

    소란 후 사위는 다시 고요해졌다. 커피가 지나간 자리가 화끈한지 효진은 물티슈 덧댄 손목을 연신 주물렀다.

    “정말 괜찮은 거야? 어디 좀 봐.”

    내 말에 효진은 계속 괜찮다고만 했다. 어릴 적부터 엄살은 내가 심한 편이었고 효진은 참을성이 많았다. 그렇다고 미련하게 참는 스타일은 아니고, 정말 아니다 싶은 건 솔직하게 말하고 마는 효진이니까. 나도 괜찮겠거니, 하고 더는 묻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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