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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검사 Sep 24. 2020

캐나다에서 출산하기(를 옆에서 지켜보기) - 5

드디어 우리도 셋째를!

이번에는 셋째의 임신과 출산을 이야기할 차례이다. 아무래도 셋째 출산기는 패밀리 닥터 이야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둘째는 비록 급작스럽게 리자이나에서 킹스턴으로 이사를 와서 출산을 해야 했지만 그 덕에 우리는 손쉽게 패밀리 닥터를 구할 수 있었다. 캐나다 내에서 이사를 자주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어디서든 패밀리 닥터를 구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다. 킹스턴은 리자이나보다 전반적으로 병원이나 의료 시스템이 나은 편이라고 느껴지지만 뉴스에서 가끔씩 패밀리 닥터가 부족하다는 소식이 들리는 것을 보면 킹스턴에서도 패밀리 닥터를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하지만 우리는 운이 좋게도 둘째를 출산할 때 병원(KGH, Kingston General Hospital)에서 먼저 '너희는 패밀리 닥터가 없겠구나'라고 하면서 KGH와 연결되어 있는 Queen's Family Health Team라는 곳을 소개해 주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Queen's University 의과대학의 Department of Family Medicine에서 일반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었다.


그곳에 전화를 해서 사정을 말하니 담당 의사들 중 한 명을 우리의 패밀리 닥터로 배정해 주었다. 우연하게도 우리의 이번 패밀리 닥터는 사스카툰(우리가 떠난 리자이나에서 2.5시간 정도 떨어진 도시) 출신의 의사 선생님이었다. 사스카추완에서는 겨우 일 년 반 살았을 뿐인데 왠지 멀리서 동향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다. 


아무튼 셋째의 경우 와이프가 임신 테스터로 임신을 확인한 후 패밀리 닥터에게 연락을 하여 진료 예약을 잡았다. 캐나다에서 두 번의 임신을 거치며 경험한 사실은 진료 시 임신 때문에 왔다고 하면 의사가 'Do you want to keep your pregnancy(임신을 계속하기를 원하니)?'라고 묻는다는 것이다. 


캐나다가 정말 자유로운 나라이긴 한가보다. 




킹스턴에서는 리자이나와 달리 임신 기간 중 보통 총 3번의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8주 차 정도에 첫 번째 초음파를 받고, 10주가 지나서 한 번 더 검사를 받은 후, 20주 이후 마지막으로 정밀 초음파를 받는 식이다. 우리는 마침 첫 초음파 검사를 받아야 하는 시기에 한국을 잠시 다녀와야 해서 첫 번째 초음파 검사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혹시나 걱정이 되어 한국에 있을 때 산부인과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니 다행히 별문제 없이 잘 자라고 있었다. 


여담으로 한국 산부인과에 갔을 때 임신 때문에 왔다고 하자 접수하시는 분이 우리를 보고 첫째냐고 물었다. 그래서 셋째라고 대답을 하자 그 사람이 깜짝 놀랐다. 


두 번째 초음파는 KGH의 산부인과 병동으로 가서 받았다. 킹스턴도 리자이나와 마찬가지로 초음파나 X-ray 검사 등을 해주는 Lab이 따로 있기는 하지만 임신 관련 초음파는 KGH에 가서 받는다. 초음파 검사를 받으러 KGH에 가서 보니 둘째 출산 때 입원을 했던 그 병동이라 옛 기억이 떠올랐다. 


임신 20주 정도가 가까워졌을 때 임신 당뇨 검사를 하였고 마지막 정밀 초음파도 받게 되었다. 임신 당뇨 검사는 둘째 때와 마찬가지로 1차에서 재검 통보가 나왔다. 이번에는 둘째가 아직 어린 관계로 당뇨 검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여러 가지로 힘이 들 것 같아서 와이프는 며칠 동안 할 수 있는 모든 식이 조절과 운동을 하였다. 엄청난 노력 끝에 겨우겨우 재검을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름 특이한 점이 있었다. 리자이나에서 당뇨 검사를 받을 때는 설탕물 같은 것을 마시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여기저기 움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킹스턴에서는 물을 마신 후 자리를 떠나지 말고 꼼짝 말고 있어야 했다. 심지어 많이 움직이면 제대로 된 검사 결과를 받을 수 없다면 잘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였다.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당뇨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위험한 수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으면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당뇨 검사 재검이 꽤나 부담스러웠다. 패밀리 닥터, 정확히는 그 밑의 레지던트에 의하면 당뇨 검사도 무사히 통과했고 정밀 초음파에서도 큰 이상이 없다고 하였다. 점점 패밀리 닥터가 OB 닥터(Obstetrician, 산부인과 의사)를 연결해 줄 때가 다가오고 있었다


20주 차가 가까워졌을 때 진료를 보던 패밀리 닥터가 OB 닥터로 어느 의사를 만나고 싶냐고 물었다. 특별히 바라는 사람은 없지만 지난번 둘째를 낳았을 때 어느 어느 의사가 둘째를 받아주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자 그 의사 선생님에게 진료를 보기 위해서는 KGH로 가야 한다며 마침 우리가 다니는 병원에도 OB 닥터가 있었기 때문에 그 선생님에게 진료를 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이 의사는 패밀리 닥터인데 임산부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이다. 여기서는 그냥 편의상 OB 닥터라고 했다). 


게다가 마침 우리를 담당하는 간호사가 우리 패밀리 닥터와 이 OB 닥터를 담당하는 간호사였다. 그래서 담당 간호사도 같고, 이 병원 저 병원 왔다 갔다 할 필요가 없으니 우리 병원에 있는 OB 닥터에게 진료를 받기로 하였다. 이렇게 지난번 리자이나 때와는 달리 아주 자연스럽게 패밀리 닥터에게서 OB 닥터로 넘어갈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OB 닥터를 만나는 이야기 전에 잠시 언급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와이프는 임신 기간 중 입덧이 심한 편이었다. 둘째 때도 꽤나 심했지만 이번에는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이 심하였다. 그래서 와이프는 셋째 임신 기간 동안 겨우 6~7 kg 정도의 체중이 증가했을 뿐이다. 


이러한 사정으로 패밀리 닥터에게 진료를 볼 때부터 입덧이 심하다고 이야기를 하였고 둘째 때와 마찬가지로 '다이클렉틴 (Diclectin)'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사실 이 다이클렉틴은 캐나다에서도 진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있는 듯하다(관련 기사 참조). 하지만 이것이 Health Canada에서 승인된 유일한 입덧 약이고(2017년 기준) 미국보다 훨씬 일찍 승인이 된 이유에서인지(캐나다에서는 이 약이 늦어도 80년대에 승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FDA에서는 2013년 Diclegis라는 이름으로 승인) 캐나다에서는 아주 널리 처방되고 있는 약이다. 


우리는 다행히 회사 보험에서 이 약의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보험이 없는 경우 2달 정도 분량이 다이클렉틴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약 100불 정도의 비용이 든다. 결코 싼 가격이 아니어서 보험이 없다면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될 수 있는 약이기도 하다(하지만 절대 보험이 없다고 먹겠다는 것을 말리지는 마실 것을 추천드린다. 그렇게 하면 평생 혼날 각오를 하셔야 한다). 


어쨌든 와이프의 경우 이 약이 약간 입덧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기는 하였지만 아예 없애 주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그냥 아쉬운 대로 복용을 하였다. 임신 기간 내내 입덧으로 고생한 와이프를 보면 이제는 장난으로라도 넷째를 가지자고는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는 썼지만 가끔 넷째 어떠냐고 묻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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