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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검사 Sep 25. 2020

캐나다에서 출산하기(를 옆에서 지켜보기) - 6

단일 제대 동맥이라니!

임신 20주 차가 넘어 드디어 OB 닥터(Obstetrician,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게 되었다.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OB 닥터는 같은 병원, 같은 간호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매우 편했다. 


그런데 우리의 OB 닥터는 첫 만남에서 최근 실시했던 초음파 검사 결과를 보더니 'Two-vessel Cord'라고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리가 없었던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원래 탯줄에 두 개의 동맥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의 셋째는 하나의 동맥만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OB 닥터로 넘어가기 전에 패밀리 닥터(와 레지던트)는 이 초음파 결과를 보고도 별 말이 없었고, OB 닥터도 '가끔씩 나타나는 것이니 잘 지켜보자' 정도로만 말을 해서 큰 문제는 아닌 줄 알았다. 


그런데 집에 와서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이것이 한국에서는 '단일 제대 동맥'이라고 불리는데 약 1% 정도의 임산부에게서 발견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임신 기간 중 이런저런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임산부가 단일 제대 동맥일 경우 대부분 큰 병원으로 보낸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모르면 몰랐지 알고 나니 걱정이 되었다


그와 관련된 고민을 올린 사람들의 글도 찾아보고 그 사람들의 출산 이야기도 찾아보는 등 다양하게 검색을 해보았지만 알면 알 수록 걱정이 더 커졌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여기 의사 선생님은 크게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고 했으니 그저 병원에 잘 다니면서 문제가 없는지 확인을 하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을 하였다. 그래도 일말의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지만.... 


여담으로 직접 임신을 하지 않고 옆에서 임신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하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같은 증상을 가지고 한국과 캐나다 의사들의 반응이 매우 다른 것을 보면 한국과 캐나다의 의료 문화 차이가 큰 것 같다. 캐나다에서는 기본적으로 대부분의 의료 비용이 나라에서 지원되기 때문에 당장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거나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 같은 것들을 우선적으로 처리하는 것 같다. 


그래서 피가 철철 흐르지 않거나 쉽게 죽지 않을 병으로 응급실에 간다면 4~5시간 기다리는 일은 기본이다. 심지어 의사를 만나려고 예약을 하면 만나기 전에 병이 다 낫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나도 언제 한 번 허리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을 예약했는데 의사를 만날 때가 되니 통증이 없어져 버렸다. 병원 예약을 취소하기도 그래서 그냥 의사 선생님한테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제는 괜찮다고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이유로 캐나다에서는 단일 제대 동맥의 경우에도 뱃속의 아이가 현저히 작거나 발달이 느린 경우가 아니고서는 특별한 검사 없이 그저 지켜보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서는 캐나다의 이러한 의료 시스템이 형편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과잉 진료가 거의 없다는 점은 캐나다 의료의 장점일 수 있겠다. 물론 살다 보면 한국의 병원이 확실히 편하고 좋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단일 제대 동맥이라고는 하지만 더 자주 병원에 가지도 않고 남들과 마찬가지로 한 달에 한 번 꼴로 의사를 만났다. 그런데 단일 제대 동맥 때문이었을지 아니면 입덧이 심한 탓에 잘 못 먹어서 그런지 와이프는 지난번 둘째 때보다 확연히 몸무게도 많이 늘지 않았고 배 크기도 작았다. 의사 선생님은 이런 와이프를 볼 때마다 입에 치즈라도 항상 물고 있으라면서 몸무게 늘리기에 힘쓰라고 말을 해주었다. 


임신 30주 차가 넘으면서부터는 OB 닥터를 더 자주 보게 되었다. 그런데 태아의 크기가 10 퍼센타일 (100 명 중 90 등)로 작아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작다면 유도분만을 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OB 닥터는 매주 초음파를 찍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래서 32주 차부터 36주 차 때까지는 매주 KGH에 가서 초음파를 찍어야 했다. 그리고 초음파를 찍고 나면 며칠 뒤 OB 닥터를 만나러 가야 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2번씩 병원이 있는 다운타운으로 나가야 했다. 


만삭에 운전을, 그것도 눈길에서 운전을 하는 것은 당연히 위험한 일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내가 데려다주고자 하였다. 하지만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일을 빼기는 어려워서 적어도 한 번은 와이프가 직접 운전을 해야 했다. 아직은 손길이 많이 필요한 첫째 둘째 녀석들의 육아를 하는 동시에 한창 겨울이라 안 좋은 날씨를 뚫고 병원을 가는 것이 정말 쉽지는 않았다. 


노력이 가상했는지 다행히 36주 차가 되자 OB 닥터는 태아가 20 퍼센타일 정도까지 자랐다며 더 이상 초음파 검사와 유도 분만은 필요 없다고 하였다. 이제는 계속 아이가 잘 크기만을 기다리면서 분만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첫째와 둘째가 모두 38주 차 때에 나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38주 차 때 나오지 않을까 예상을 했다. 한 번은 와이프가 남들은 셋째가 어느 정도 때 나왔나 찾아보니 재미있게도 한국에서는 셋째의 경우 자연분만으로 출산을 한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병원에서 첫째, 둘째가 있는데 갑자기 진통이 오면 어떡하겠냐며 보통은 유도분만을 유도하나 보다. 자연분만보다는 제왕절개나 유도분만이 돈이 많이 되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이 또한 그냥 한국과 캐나다의 병원 문화 차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어쨌든 때가 점점 가까워졌기 때문에 이제는 언제라도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이런 상황에는 어떻게 하고 저런 상황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기도 하고 입원을 위한 짐도 싸놓았다. 이번에는 캐나다에서 두 번째 출산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능수능란하게 짐을 쌓았다(예를 들어 입원실에서 사용할 조그마한 샴푸와 바디워시 등을 챙긴다는 식으로). 


드디어 37주가 지나서 마지막 진료를 보았고 OB 닥터가 48시간 안에 나올 것 같다면서 Good Luck이라고 하였다. 이제는 정말 당장 진통이 와도 이상하지 않은 긴박한 상황이 된 것이다.



만삭임에도 오타와에 가서 캐나다 시민권 선서를 하는 기염을 토하였다. 이때가 정확히 출산 29일 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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