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출산과 황달
아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집도 없는 상태에서 낳은 둘째(남자)는 2.74kg로 태어났다. 우리 옆 침대에 누워있던 사람은 만 하루가 되기도 전에 퇴원을 했지만 우리는 남들처럼 쉽게 퇴원을 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너무 작게 태어났기 때문이다. 정확한 기준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둘째의 몸무게가 퇴원을 할 수 있는 기준 이하였기 때문이다. 간호사가 때마다 발바닥을 바늘로 찔러서 당 수치(Sugar Level)를 체크했다. 워낙 작았기 때문에 나중에는 나올 피도 별로 없어 보였다.
한국에서 첫째를 낳았을 때는 2박 3일 정도는 입원을 했던 것 같은데 여기서는 어서 빨리 나가고만 싶었다. 아무래도 이인실을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불편했다. 특이하게 캐나다에서는 갓난아이도 잘 안 씻겨 주고 우리가 씻기도 불편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어서 빨리 나가고 싶었는데 이틀 정도가 지나고 둘째의 당 수치가 어느 정도 올라서 퇴원을 할 수 있었다.
퇴원할 때 병원에서 삼 일 후 다시 병원에 와서 신생아 검사를 받아야 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당시에 패밀리 닥터가 없었기 때문에 KGH(Kingston General Hospital) 옆에 있는 Hotel Dieu Hospital (프랑스어로 신의 집이라는 뜻)의 어린이 병동으로 가라고 일러 주었다. 삼 일 후 와이프와 장모님이 검사를 받고 돌아왔는데 집(임시거처)으로 오자마자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황달 수치가 너무 높아서 뇌에 손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 바로 KGH로 가서 입원을 하라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그래서 다시 KGH로 돌아가 바로 입원한 우리의 둘째는 총 6일 정도 입원을 하게 되었다. 하필이면 나는 새로운 직장에 막 나가기 시작한 상태라서 그 사이 토론토에 가서 이런저런 교육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 와이프랑 장모님이 고생이 무척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미안하다(미안하다 XX야!).
아무튼 세럼 브릴루빈 수치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광선치료(Phototherapy)를 받아야 했다. 그래서 둘째는 잘 먹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두 눈을 가리고 계속해서 빛을 쬐어 주는 기계 속에 들어가 있어야 했다. 몸도 작은데 피는 자주 뽑아야 해서 이리저리 바늘을 찔러야 했다. 그마저도 피가 잘 나오지 않아서 보기에 정말 안타까웠다.
그래도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수치가 떨어져서 6일 만에 퇴원을 할 수 있었다. 광선치료를 받는 둘째와 달리 우리의 첫째 녀석은 그 사이 병원에서 아주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어린이 병동에 자원봉사자들이 있어서 함께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였다. 또한 병실에 앉아서 텔레비전도 마음껏 보았다. 병원 사람들도 참 친절하게 잘 대해 주었다. 다시 생각해도 KGH는 정말 훌륭한 병원인 것 같다.
이 둘째 녀석은 어느새 만 4세가 지나서 지난 9월 초부터는 처음으로 학교에 나가기 시작했다. 아주 꾸러기같이 잘 뛰어놀고 잘 먹고 잘 싸고 있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은 내가 둘째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해고, 재취업 등의 시련을 겪으면서 와이프를 많이 도와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셋째를 출산할 때는 더욱 잘해야지 다짐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