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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검사 Oct 27. 2020

첫눈

캐나다 하면 누구나 추운 곳임을 알기 때문에 이곳이 춥다고 말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캐나다인만큼 모든 곳을 하나로 묶어서 춥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약간 어폐가 있다. 한 예로 내가 한 때 살았던 사스카추완에 비하면 지금 사는 온타리오는 한없이 따뜻하기 때문이다. 


처음 이곳에 이사 와서 겨울을 보내며 느낀 점은 서쪽에 비해서 겨울이 한 달 정도 짧다는 것이었다. 알버타나 사스카추완은 10월부터 무척 추워져서 4월까지는 눈이 심심치 않게 오기 때문에 일 년에 절반 정도가 겨울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직까지도 영하로 떨어지지 않았고 4월부터는 제법 봄이 왔음을 느끼기 때문에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저쪽은 영하 20~30도까지 내려가는 경우도 빈번하지만 여기는 많이 내려가 보았자 영하 20도까지도 잘 내려가지 않는다. 


이 정도면 복 받은 날씨라는 것을 잊지 않도록 핸드폰 날씨 앱에 내가 예전에 살았던 곳을 저장해 놓고 가끔씩 몇 도인지 확인해 보고는 한다. 그런데 최근 확인을 보니 올해 사스카추완의 겨울은 예년보다도 일찍 시작된 것처럼 보인다. 지금 온도만 확인해 보아도 여기는 영상 5도(저녁 9시)이지만 리자이나는 영하 7도(저녁 7시)에 달한다.


실제로 아래 사진은 지난주 TV 뉴스에 나온 사스카툰의 모습으로 인터뷰이(Interviewee) 뒤를 보면 벌써 눈으로 덮여있음을 알 수 있다. 사람들 옷차람도 벌써부터 무척이나 두꺼워 보였다.


2020년 10월 21일 뉴스 화면


물론 온타리오라고 모든 곳의 날씨가 이렇게 따뜻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캐나다 주들은 미국의 주보다 크기가 어마어마하게 크기 때문에 같은 주 내에서도 날씨가 천차만별이다. 온타리오의 크기가 얼마나 크냐면, 미국 본토에서 가장 큰 텍사스의 면적은 온타리오보다 30% 작고, 캘리포니아의 면적은 온타리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온타리오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주도 아니다. 13개의 주(Provinces & Territories) 중에서 4번째밖에 되지 않는다. 


이렇게 땅은 넓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대호(Great Lakes) 주변 도시에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북쪽으로 갈수록 사람들이 거의 살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일을 나갈 때는 대부분 동쪽이나 서쪽으로만 움직이지 북쪽으로 움직이는 일은 드물다. 많아야 한 달에 한 번 정도 북쪽으로 한 시간 정도를 가는데 오늘은 어쩌다 보니 편도로만 3시간 30분 걸리는 곳에 검사를 가야 했다. 검사는 보통 30분에서 많아야 한 시간 걸리기 때문에 오늘 같은 날은 그야말로 운전만 하는 날이다. 이렇게 멀리 갈 때는 전날 잠도 조금 일찍 자야 한다. 그리고 중간중간 핸드폰마저 터지지 않는 구간들이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하면서 들을 팟캐스트들도 미리 다운로드하여 놓아야 한다.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오늘 내가 사는 곳에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는데 북으로 갈수록 비가 '굵어지는' 것을 느꼈다. 비가 많이 와서 굵어지는 느낌이 아니라 비가 진눈깨비로 점점 바뀌어서 굵어지는 느낌이었다. 설마 하는 생각에 온도계를 보니 0도였다. 


계속 북으로 달리자 역시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날씨가 추워진 후 처음 보는 눈이었다.


시골 동네를 지나다가. 저기 멀리 아일랜드 국기가 보인다. 왠지 성이 맥(Mc) 모시기 아저씨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오늘 간 곳은 이름도 특이한 Deep River라는 곳이었다. 원래는 내가 담당하는 구역이 아니어서 난생처음 가보는 동네였다. 온타리오와 퀘벡 사이를 흐르는 오타와 강(Ottawa River)에 위치한 조그마한 도시이다. 이곳을 지나는 오타와 강의 수심이 그 강줄기 중에서 가장 깊은 곳 중 하나이기 때문에(수심 123m)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여유가 있으면 검사를 마치고 강도 구경하면 좋겠지만 돌아올 길이 너무 멀어서 그런 사치는 부릴 수 없다. 어서 돌아가서 아이들 돌봐야 한다.


검사를 나간 시골 동네의 컬링장. 50년대에 지어져서 꽤나 낡았지만 관리는 잘 이루어지고 있었다.



나와 어디든 함께하는 2019년형 이쿼녹스. 곧 윈터 타이어로 교체해야겠다.


결국 오늘은 왕복 7시간 운전하고 40분 정도 검사를 했다. 이런 날은 길에다가 기름과 이산화탄소만 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김검사는 오늘도 열심히 운전을 한다. 검사보다는 주로 운전을 해서 문제이지만.



끝으로 아래는 최근 검사를 나갔던 다른 컬링장에서 찍은 사진이다. 컬링 스톤이야말로 문 받침대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물건인 듯하다.





이럴 수가!!

어제 글을 쓰고 나니 오늘 우리 동네에도 첫눈 치고는 꽤나 많은 눈이 왔다. 눈이 내리는 날에는 역시 눈사람이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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