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카페투어(9) - 웨스트사이드 커피
도쿄 카페투어(9) - Westside Coff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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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111-0052 Tokyo, Taito City, Yanagibashi, 2 Chome−16−16 ホテルブリリオ浅草橋 1F
영업시간 : 08:00 ~ 17:00 //
휴무일 : 수요일
메뉴 : 핸드드립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라임 (¥750) // 아이스 아메리카노 (¥520)
방문일 : 23.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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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시간에 맞춰서 간 웨스트사이드 커피. 아사쿠사바시역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여행객이 갈 일이 없는 곳에 있지만 근처에 괜찮은 카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카페들을 묶어서 다녀오면 좋을 거 같다.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수많은 통들과 로스터기. 아마 생두를 보관하고 있는 통이 아닐까 싶다. 이른 시간이지만 어린아이와 엄마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디에 앉을까 고민하다가 편하게 등을 기대고 앉고 싶어서 아이와 엄마 옆 자리에 앉았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테이블은 대략 6개 정도 있다. 도쿄스러운 느낌은 받지 못했고 성수동 어딘가에 있을 거 같은 카페의 느낌이다. 내가 생각하는 작은 로스터리 카페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운영시간도 그렇고 사장님을 보니까 동네 주민들과 친한 거 같다. 종종 나가서 대화를 나누시고 하는 걸 보니 단골이 꽤 있는 카페로 추정이 된다.
사장님이 오랜 시간을 보내는 제조바는 생각보다 협소하다. 혼자서 근무하기에 적당하고 어쩌면 이 매장 크기에 비해 조금 큰 제조바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머신은 당연히 라마르조꼬 머신이다. 도쿄는 기본이 라마르조꼬인 거 같다. 다른 머신을 사용하는 카페를 찾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라인더는 안핌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기서 여기서 본 안핌이 내가 도쿄에서 본 처음이자 마지막 안핌 그라인더다. 당연히 핸드 드립은 EK43을 사용하고 있었다.
혼자 운영을 하셔서 그런 건지 메뉴가 다양하지는 않다. 메뉴가 많아지면 도구들이 많아지고 재고들이 많아지면서 관리하기 어려워서 혼자 운영에 어려움을 겪어서 그런 게 아닐까? 메뉴가 적어 보이지만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매장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게 원두 판매와 로스팅이라서 메뉴 가짓수가 좀 적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혼자서 매장을 운영하면 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디카페인으로 원두를 변경을 해도 추가금이 붙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조금 신기했고 에스프레소 원두도 변경이 가능하다.
로스터리 매장답게 핸드드립은 7개의 원두가 준비되어 있으며 바로 앞에서는 원두를 판매하고 있다. 핸드드립 원두 보관 방법은 참 괜찮은 거 같다. 앞에 작은 종이들로 설명이 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대게 물어보면 자세히 설명해 주니까 오히려 저렇게 두는 게 깔끔해 보이긴 한다. 그리고 뚜껑에 'Limited Beans'라고 적는 것 또한 좋다. 도쿄에서 종종 만날 수 있는 건데 디저트나 원두에 'Limited' 또는 'Special'이라고 적어둔다. 저렇게 적혀있으면 왠지 저걸 선택해야 할 거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그래서 결국 선택하게 되었다. 그래도 온 김에 특별한 걸 마셔보는 게 좋지 않을까?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라임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테이블이 뭐랄까, 굉장히 한국스럽기도 해야 할까? 아마 일본에서 유행이 된 걸 한국으로 누군가가 가지고 와서 유행을 시킨 거겠지. 테이블이나 인테리어는 깔끔하다. 특별함은 없지만 불편함 또한 없으며 커피를 즐기기에 좋다.
나는 이 물을 제공해 주는 게 너무 좋다. 한국은 대부분 셀프바를 이용하거나 물을 달라고 해야 하는데 도쿄에서 간 카페들은 내가 물을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늘 물을 먼저 제공해 주거나 음료와 함께 제공해 주었다. 별거 아니지만 이런 서비스가 참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내 물의 양을 확인하고 와서 물을 채워준다.
콜롬비아 엘파라이소 라임은 보기만 하고 처음 마셔보는 데 당연하겠지만 라임의 맛이 조금은 났다. 내 센서리가 아직은 부족해서 라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또한 라임이라고 생각해서 라임 맛처럼 느껴진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그리고 묘하게 무산소의 느낌이 나서 찾아보니 무산소였다. 하지만 무산소의 특유의 맛이나 향이 강하게 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부담 없이 한 잔을 깔끔하게 비울 수 있었다. 바디감은 꽤 있고 밸런스가 잘 잡힌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역시 Limited!!
핸드드립이 괜찮아서 에스프레소 메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을 했다. 아메리카노는 싱글 원두를 사용하는데 오늘은 브라질이었다. 아메리카노를 제공할 때 브라질 원두라고 설명해 주셨다. 순간 브라질 특유의 다크함이 걱정되었지만 웬걸? 이렇게 부드러운 브라질 원두는 처음이다. 브라질 특유의 그 쓴맛은 약간은 존재한다. 하지만 이게 없으면 브라질 원두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전형적인 커피 같지만 부드러운 커피를 찾는다면 바로 여기가 아닐까 싶다.
창문에 적힌 운영시간과 휴무일 그리고 신년 영업시간이 적혀있다. 저런 식으로 그때그때 마다 바꾸고 이벤트가 있으면 적어두는 건 좀 세련된 느낌이랄까?
여기도 마찬가지로 외부에 의자가 있다. 도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의자인데 높이만 다를 뿐이지 저 의자가 없는 카페가 없다. 굳이 테이블을 두지 않아도 테이크 아웃해서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게 둔 거 같다.
카페 외부 또한 깔끔하다. 나는 도쿄에 간다면 이 카페를 정말 추천해주고 싶다. 맛도 맛이지만 사장님의 서비스가 정말 대단하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손님이 나갈 때마다 문을 열어주며 배웅을 해주신다. 이건 규모가 이 정도 되니까 할 수 있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한다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내 체력을 소모하는 것이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데도 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이런 걸로 인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간다. 다시 한번 고객의 감동과 재방문은 사소한 것에서 오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카페가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다. 무엇 하나 아쉬움이 없다. 정말이지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1인 로스터리 카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