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내가 나를 마주한 방법
앞선 에피소드에서 감정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나의 모습에 대한 깨달음을 적었다.
적고 보니 진실을 외면하는 대신 나는 무엇을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 끝없는 공허한 시간을 나는 어떻게 보냈을까?
바로 떠오르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운동'이다.
두 번째는 '게임'이다.
두 가지를 나열해두고 보니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당장 내 현실에서 벗어나 집중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집중하는 과정에 현재 나의 생각이나 환경이 반영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운동과 게임에 빠른 속도로 몰입하고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썼다.
하고 나면 근육이 아파서 싫던 운동을 하루에 2시간 이상하는 날이 많아졌다.
빠르게 움직이는 화면에 머리가 아프던 게임을 매일 실행시켰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운동과 게임에 왜 나는 몰입했을까?
왜 하필 운동과 게임이었을까?
먼저 운동을 생각해 봤다.
시간 = 노력 = 보상
운동은 정말 정직한 보상 체계를 갖고 있었다.
내가 운동에 시간을 쓴 만큼 노력이 되고 그만큼 보상이 주어졌다.
이 단순함이 나의 허무함을 채워줬다.
4년간 회사를 다니고 경영악화를 이유로 결국 권고사직을 받았다.
내 회사라고 생각하며 70%의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나는 회사로부터 쉽게 버려졌다.
그렇게 나의 노력을 부었음에도 돌아온 보상은 허무함이었다.
그때 깨달았다.
아무리 무한정 시간을 쏟아도, 아등바등 노력을 해도, 항상 좋은 보상만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운동은 달랐다.
시간을 쏟으니 안 들리던 무게가 들어졌다. 심지어 근육이 붙는 것이 눈으로 보였다.
'눈으로 보였다.'
보상을 육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믿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나도 하면 되는구나'
권고사직 이후 더 이상 내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좌절감에 빠져 자존감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운동을 시작하고 나도 다시 결과를 만드는 사람이라는 에너지를 얻었다.
결과적으로 운동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게임은 좀 더 단순했다.
현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그 공간이 SNS라고 생각해서 하루 종일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자극적인 짧은 영상들을 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SNS 속에서 말 그대로 나는 그저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현실 속 나에게 남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차라리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가상공간에 들어가 보자고 생각했다.
그렇게 찾은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게임이었다.
처음 시작해 본 게임은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도 그 속에서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일정 수준의 결과는 만들어 낼 수 있어 좋았다.
웃프게도 난 본투비 도비인 건지 타이쿤류 게임이 가장 재밌었다.
최대한 효율적인 경영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설비 투자를 하면서 뿌듯함을 느꼈다.
'본투비 도비'
슬프지만 게임을 하다 보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난 돈 버는 게 좋은 타고난 도비였다.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의 나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었다.
Question) 당신에게 현실을 떠나 집중하는 대상이 있는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