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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화 문을 닫고 멈춤의 시간, 나만의 세계

과거 4 _ 침대 지박령, 이불 밖은 무서워요.

by 홀씨



사람마다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의 깊이,

길이는 다 다르다.

나는 완전 극과 극이다.

중간이 없어서 나조차 괴로운 순간이 잦다.




아픈 '나'를 무시해 본 적이 있는가?


그런 몸의 증상이 나타났을 때,

처음 한 건 '부정'이었다.

이 악물고 모른 척하며 내 안의 이상 신호들을 무시했다.

참으면 참을수록 마음 한편에 나도 모를 분노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 분노는 내 안에서 불같이 타오르며,

마음 구석구석 그을음이 생겨져 가고 있었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기지?"


그 화는 점점 부글거렸고, 불똥은 주위로 날아갔다.

말 한마디 걸어오는 게,

타인이 내게 거는 친절이 모두 의심스러웠다.


마음이 그러하니, 몸까지 아파오고

나는 내 감정에 잠식되어 갔다.


그렇게 그날 스스로와 싸워가며

밤을 꼬박 새우고, '이렇게 살 수 없다' 결론을 낸 후

예약 없이 갈 수 있는 집 근처 정신과를 찾아갔다.


의외였다.


병원에는 사람이 많았고, 대기시간만 2시간이 훌쩍 넘었다.

선생님은 점심시간도 건너뛰어가며 환자들을 진료했다.


그리고 기다리던 내 차례가 되었건만.

말하는 법을 까먹은 것 마냥

아무 말할 수 없었다.


수년간 품어온 무거운 마음을 한 번에 들어서

와르르- 쏟아내기가 쉬울 리가.


그래도

죽을 것 같아서 뛰어나왔는데,

아무 말도 못 하다니 참.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왜 중요한 순간마다 나는 이렇게 작아지는가?

왜 내 마음은 늘 말보다 침묵을 택하는가?


선생님의 말들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다시 시작된 '나'에게 대한 자책, 당혹감, 허탈함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또 나에게 실망하는구나' 생각했다.


내가 기대했던 상담과는 전혀 달랐다.

생각보다 나이가 많은 선생님은

내 이야기를 따뜻하게도, 날카롭게도 듣지 않았다.


그 성의 없는 대화의 흐름에 혼란스러워졌다.

'원래 이런 건가?' , '이 선생님만 그런 건가?'


병원에 오지 않았어도 내 하루는 침대에 누워만 있었을 거다.

그렇지만 그 상담으로 인해 2시간의 대기는 억울하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주먹을 꽉 쥐고 울컥하는 감정을 애써 눌렀다.


사람에게 기대는 것이 두렵고,

내 마음을 드러내는 게 제일 무서웠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문을 닫고,

멈춤의 시간을 선택했다.


나만의 세계 속에 숨고 싶었다.


또, 그렇게 몇 달이 흘러갔다.




Q. 당신도,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말문이 막혀버린 순간이 있나요?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마음을 달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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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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