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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언젠가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또다시 길을 잃어도, 찾아가는 법을 조금은 알아

by 홀씨



아직은 아프다. 지금도 가끔 이유 없이 무너지고

문득 찾아온 불안에 가슴이 조여올 때면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까?’하고 다시 묻게 된다.


하지만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예전에 나는 길을 잃으면 주저앉거나 도망치려고만 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끝만 바라보거나, 저 멀리 도망쳐 떠나려고만 했다.


지금의 나는 아주 잠시 멈추더라도, 가끔은 도망가고 싶다가도,

어떻게든 결국 다시 길을 찾아보려 한다.


조금씩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한발 늦게라도 ‘아, 지금 내가 힘들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고,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겼을 마음의 울퉁불퉁함을 이젠 조심히 들여다보려 한다.


회복은 그렇게 온다.

어떤 날은 물처럼 스며들고,

어떤 날은 눈치채지 못한 채 지나간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나는 예전의 나보다 조금 더 나를 아끼고 있고,

그 마음이 나를 조금은 살게 한다는 것.


언젠가 이 시간도,

“그래도 잘 버텼다.”라고

웃으며 말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는 날이 언젠가는 올 거라는 확신.

회복은 끝이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과정이라는 걸 조금은 알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를 돌본다.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나고,

무너져도 다시 길을 찾아간다.


언젠가 웃으며 이 순간을 이야기할 그날을 향해,

나는 여전히, 그리고 계속 살아간다.




Q. 당신은 지금, 어떤 길 위에 서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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