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녀는 지금 사랑을 하고 있다.
그녀에게 있어 그는 첫사랑이다.
그녀는 쉽게 사랑의 달콤함에 빠졌다.
상대방을 사랑하였고, 상대방을 사랑하는 자신을 사랑하였다.
사랑 그 자체를 사랑한 것이다.
세상이 달라 보였다. 모든 것이 아름다웠고, 모든 소리는 음악으로 들리고 모든 냄새는 향기로 느껴졌다.
그렇게 사랑을 나누던 중, 남자가 어느 머나먼 지방으로 가게 되었다.
그녀는 상실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분홍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세상은 어느새 칙칙한 흑록색으로 변해갔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어려웠다.
사랑을 알기 전에는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의문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세상을 다시금 분홍빛으로 빛나게 해줄 사건이 일어났다.
전서구를 통해 그에게서 온 짤막한 편지.
그녀는 그가 보내온 비둘기와도 사랑에 빠질 것 같았다.
그가 보내주는 것은 어떻게 비둘기 마저 예쁜 것일까.
그녀는 서둘러 비둘기 다리에 묶여있는 편지통에서 편지를 꺼내 보았다.
-사랑하는 내 사람. 당신이 그리워 미치겠소. 당신이 없는 이곳은 나에겐 메마른 사막과 같소. 그대 곁에 나를 두고 싶어 내 몸의 일부를 보내오. 부디 소중히 여겨주면 좋겠소.
편지 안에는 그의 잘린 머리카락이 조금 들어가 있었다.
그 머리카락을 받은 것만으로 그녀는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를 만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답장을 쓰려고 했다. 그러나 비둘기는 생각보다 더 작았고, 그녀가 전하고 싶은 말은 너무 많았다.
자신의 마음을 글로 담자니 비둘기의 다리에 묶여있는 편지통이 너무 작았다.
고심 끝에 그녀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편지를 비둘기 목에 걸어주기로 한 것이다.
그녀는 하얀 비둘기를 깨끗하게 씻겨주고 잘 먹였다.
그리고 목에 편지를 묶은 파란 끈을 매달아주었다.
-예쁜 비둘기야. 어디서 헤매지 말고 꼭 너의 주인님에게 바로 가야 한다.
그렇게 말하고 그녀는 비둘기에게 키스했다.
신기하게 비둘기도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맡겨만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