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부탁해! - 2. 그림에 어울리는 공간을 알아보자(2)
포스팅: 그림(명화)을 소유한다는 것의 의미
https://brunch.co.kr/@homoartcus/59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면 바로 <모나리자>가 아닐까요?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평생의 역작이자 현재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있는 <모나리자>는 초상화의 한 정형을 이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르네상스 시기에는 <모나리자> 이후로 <모나리자>의 구도를 따라 만들어진 초상이 매우 많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모델이 된 리자 부인은 당시 20대 중반의 나이였을 것이라고 추정되고 있지요.
<모나리자>는 그 눈빛과 웃음의 신비로움으로 유명한데요. 눈 꼬리와 입 꼬리를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리게 처리하여 마치 웃은 듯 안 웃은 듯, 보는 이로 하여금 신비로운 감정을 느끼게 합니다. 이렇게 모호하게 처리한 기법을 ‘스푸마토(sfumato)기법’이라고 합니다.
매년 600만 명이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보고 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루브르에 가면 <모나리자>의 모습을 자세히 볼 수는 없습니다. <모나리자>앞에는 펜스가 둘러져 있고, 그림은 방탄유리 안에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루브르 박물관보다 좋은 도록이나 좋은 디지털 이미지를 구해서 보는 것이 <모나리자>를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렇게 <모나리자>에 대한 경비가 삼엄한 이유는 <모나리자>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만큼 수많은 도난과 훼손을 받아왔기 때문인데요. 가장 유명한 일화로는 1911년의 도난사건을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이탈리아인 빈센초 페루자는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은 이탈리아에 있어야 한다.” 고 생각하여 루브르에서 <모나리자>를 훔쳐내어 이탈리아의 자신의 아파트에 숨겨두게 됩니다. 이후 판매를 하려다 걸리게 되지요. 그래서 <모나리자>는 졸지에 이탈리아에서 순회 전시를 갖고 2년 후인 1913년에 프랑스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이 작품은 현재 프랑스의 국유재산입니다. 이탈리아 화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작품이 어째서 프랑스의 국유자산이 되었을까요? 이는 예술을 사랑한 프랑스의 왕 프랑수와 1세 때문인데요. 그는 천재화가이지만 성격이 괴팍한 다 빈치에게 이렇다할만한 후원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다 빈치의 만년에 부와 명예를 약속하며 그를 프랑스로 부르게 됩니다. 그래서 다 빈치는 이에 감사하여 죽을 때 자신의 남은 유작들을 프랑수아 1세에게 바쳤고, 거기에 <모나리자>도 들어있었던 것이지요.
만일 <모나리자>가 판매된다고 하면 그 가격은 얼마나 될까요? 물론 프랑스가 이 세계 최고의 작품을 팔 리도 없을 테지만, 그래도 그 가치가 측정된 적이 있습니다. 1962년에 미국의 한 보험사가 <모나리자>의 가치를 측정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금액으로 무려 1억달러였습니다. 이 금액은 약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단위로 환산하자면 약 7억 2천만 달러 정도라고 하는군요.
우선 <모나리자>라는 그림이 가진 특징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나리자>의 원래 크기는 가로 53cm에 세로 77cm로 사각형의 프레임을 가지고 있으며,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을 그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림의 색조는 전체적으로 어두운 갈색 계통입니다. 그리고 매우 정확한 삼각형 구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위에서 말한 스푸마토 기법으로 인해 신기하게도 눈동자의 시선이 항상 관람객을 향합니다. 그래서 관람자로 하여금 그 시선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강점이자 약점이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생각보다 매치시킬만한 공간을 찾기 어려운 그림 중 하나입니다. 인물화, 그것도 한 명의 사람이 주인공으로 그려져 있는 초상화의 경우엔 대부분 그림의 모델이 그림을 그리는 화가를 향해 있습니다. 이는 항상 그림 속 인물이 관람자를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전시장이 아닌 집과 같은 개인적인 공간 안에선 이러한 시선의 처리가 매우 어렵습니다. 항시 관람자를 바라보는 모델의 시선이 부담스럽기 때문입니다. 공포영화에서도 초상화의 시선이 주인공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것을 종종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이는 그만큼 인물의 시선이 가지는 힘이 강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모나리자>를 둘 공간을 정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시선입니다. 즉 <모나리자>의 시선을 가장 적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나리자>가 잘 어울리는 공간은 화장대입니다. 화장대는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갈색조의 가구가 좋습니다. 그리고 여러 화장품들 사이에 작게 위치시켜 주시면 좋습니다. 크기는 핸드폰 정도의 크기로 작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 경우 <모나리자>의 전시 형태는 사각의 프레임도 나쁘지 않습니다만, 되도록 타원형의 액자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액자의 형태는 화장대와 일치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즉 화장대가 고풍스러운 느낌이면 액자도 고풍스럽게, 화장대가 모던한 느낌이면 액자도 최대한 모던하고 심플하게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분이 화장을 하는 동안 여러분들의 시선은 <모나리자>가 아닌 스스로에게 향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그 시선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요. 그리고 누군가가 여러분들의 화장대를 보았을 때 화장품들만이 아니라 <모나리자> 그림이 함께 있다면 여러분들의 미술적 센스를 한층 더 높게 바라보지 않을까요? 그리고 화장을 끝내고 거울을 다 본 후 <모나리자>를 살짝 바라보았을 때 자신의 얼굴이 르네상스 시기의 미인인 <모나리자>보다 아름답게 느껴지면 그만큼 뿌듯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요?
반대로 <모나리자>가 어울리지 않는 공간은 식탁 근처, 욕실, TV앞, 거실 한 가운데 등입니다. 이러한 공간들이 어울리지 않는 이유는 <모나리자>의 시선과 관계있습니다. 자신이 식사를 하거나, 목욕을 하거나, TV를 보거나, 혹은 한 밤 중에 목이 말라 거실에 나왔을 때를 상상해보시면 됩니다. 이러한 행동들을 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어떠신가요? 매우 부담스럽다는 것을 동의하실 것입니다. 특히 이미지가 클수록 그 시선의 부담스러움은 크기와 비례하여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모나리자>가 한때 프랑스의 왕궁 욕실에 걸려있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다 빈치를 너무나도 아낀 프랑스의 왕 프랑수와 1세가 다 빈치 사후에 그의 작품을 좀 더 가까이에 두고 싶어서 취한 행동이라고 합니다. 프랑수와 1세가 다 빈치의 작품이어서 욕실에 둔 것인지, 아니면 <모나리자>가 아름다워서 욕실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화인 <모나리자>를 욕실에 걸어둬서 상당히 많은 손상을 입은 것도 사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