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는다. 하지만 그 마음도 어딘가에서 시작된 작은 떨림이었을 것이다. 그 떨림이 반복되고 확장되며, 누군가의 말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 떨림의 성분이 어떤 것이 든 간에.
휘발되는 말들이 결국은 형태를 만든다. 우리가 쓰는 말들, 전하고자 하는 감정들, 그 모든 것들이 쉽게 사라질지라도 서로 얽히고 반복되며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무늬를 만들어 간다. 보이지 않지만 입에서 입으로, 귀에서 귀로,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진다. 한 사람의 말이 또 다른 사람의 말이 된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서로의 기억과 감정을 나눈다.
입말은 마치 프랙털처럼 끝없는 패턴으로 퍼져나가며, 사라지는 듯,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나뭇가지가 뻗어나가듯, 혈관이 퍼져나가듯, 브로콜리의 꽃잎이 자라듯.
그리고 꽃이 피어나듯, 시가 쓰이듯, 말이 전해지듯. 우리 누구나의 인생처럼....
“너는 웃는 게 참 예쁘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그의 말은 20년도 더 지난 그 시절, 내 마음속에 스며들어 뿌리를 내리고 자리 잡았다. 나는 자꾸만 웃고 다녔다. 우습게도 정말로 내가 예쁜 줄 알았다. 쉽게 사라지고 없을 그 말들도 그 순간의 마음과 감정은 '진짜'였다는 것을 믿고 싶었었나 보다. 나뭇가지가 끝없이 갈라지듯, 웃는 게 참 예쁘다는 그 말은 또 다른 말을 만들어 냈다. 사랑한다는 말, 위로의 말, 웃음 섞인 농담들. 모두 시간 속에서 흩어져 사라졌지만, 마음은 그대로 남아 다시 누군가의 입에서 태어나고, 또 퍼져나갔다. 그 모든 것들이 얽히고 반복되며 나는 ‘잘 웃는 사람’이라는 무늬를 기어이 만들었다.
'웃는 사람은 예쁘니까.'
“너는 웃는 게 참 예쁘다.”
너를 사랑한다. 너를 좋아한다.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 아프지 말자. 속상해서 울지 말자.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 가지들이 아닐까.
말은 사라져도, 마음은 남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