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p165)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중에서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는 정말 진짜인가?

기억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듣고 싶은 방식으로 변형된다.

내가 하는 이야기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

남들에게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우리 자신을 설득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믿어왔던 ‘어떤 것’들의 서사가 무너지는 경험을 하게 될 때. 자신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에게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일 수도.

타인을 설득한다고 믿지만, 가장 많이 설득하고 있는 대상은 나 자신이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자신의 삶을 미화하고 윤색하면서 점점 더 현실에서 멀어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의 충격, 타인의 예리한 시선으로 자신이 만들어온 이야기가 무너지는 순간을 맞이한다.

여기서 선택.

반박 혹은 인정. 그리고 수용.

무너지고 파괴되는가 혹은 변화하고 도약하는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결국 그 과정을 거쳐야만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너무 뻔한 합리화인가. 뻔뻔한 합리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