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첫걸음
퇴사를 하고 나니, 앞으로의 제2의 인생은 더 이상 회사원이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카페에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는 그 일상이 내게 참 좋은 시간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그리고 늘 그 공간을 지키고 있는 카페 사장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고, 그 속에는 치열한 고민과 고된 노동이 숨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럼에도 내가 꾸민 아름다운 공간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람들과 교감하며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보면 마음이 설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자영업, 특히 카페는 3년 안에 대부분 문을 닫는다고 할 만큼 리스크가 크다. 충분한 준비 없이 무작정 뛰어들어가는 건 실패하기 쉬운 길이다. 그래서 카페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제대로 배우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는데, 마침 우연히도 좋은 제도를 발견했다.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카페·베이커리 교육 프로그램에 응시했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사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는데, 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고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까지 이어졌다. 모든 과정이 무료이고 점심까지 제공되는, 정말 놓치기 아까운 제도다.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1년에 두 차례 수강생을 모집하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공고를 잘 살펴보면 좋겠다. 카페·베이커리뿐 아니라 요리, 실내디자인, 조경 등 다양한 과정이 마련되어 있다.
면접은 지원자 다섯 명이 함께 들어가 진행되었는데, 자기소개와 성격의 장단점, 그리고 이 과정을 잘 수행할 수 있을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다행히 나는 최종 합격했다. 내가 지원한 과정은 9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이어지는 하반기 교육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이 기간 동안 제과, 제빵, 바리스타 자격증을 동시에 준비하게 된다.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방향을 정해두면, 그 길 위에서 우연과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순간들이 생긴다. 물론 이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당장 전문가가 되거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새로운 길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혼자 부딪히며 시행착오를 겪는 대신,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배우는 기회를 얻었다. 수년간 아침마다 회사를 향하던 내가 이제는 교육을 받기 위해 학교로 가고 있다. 아주 새삼스럽게도, 진짜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기분이다. 설레기도 하고 약간 걱정되기도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나는 지금,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을 향해 가고 있다.
열심히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