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더 깊게 느끼는 시간
올해도 이제 한 달하고 조금 더 남았다. 계절 속에 있을 때는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지만, 어느새 계절이 바뀌고 옷차림도 달라져 있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는 그보다 훨씬 빠른 것 같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 다시 눈 내린 겨울을 준비하고 있으니 마음 한편이 괜히 허무해진다.
회사 일을 할 때는 한 해 동안 무얼 했는지 기억조차 흐릿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2025년은 내 인생에서 유독 기억될 순간들이 참 많았다. 회사를 퇴사하고, 길게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새로운 공부를 시작했던 시간들이 강하게 남아 있다.
물론 큰 사건이나 이벤트도 의미 있지만, 결국 오래 기억되는 건 일상의 작은 순간들이다. 마당의 잔디를 정성스레 손질하던 날들, 무를 수확하며 느꼈던 소소한 기쁨, 처음 만들어 본 요리들, 계절마다 달랐던 산책길의 풍경들… 이런 순간들이 모여 한 해의 결을 만든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누구나 조금은 아쉬워지고, 동시에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도 생긴다. ‘올해는 어떻게 보냈지?’라는 질문과 ‘내년엔 어떻게 살고 싶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함께 떠오르는 시기이기도 하다.
남은 한 달은 욕심내지 않고, 이 계절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일들을 천천히 해보고 싶다. 따뜻한 국물 한 그릇, 조용한 산책, 불멍 하며 보내는 시간처럼 작은 것들이 충분하다. 내려놓고 쉬어가기에 좋은 시기니까, 올해의 마지막 페이지를 차분히 채워가면 좋겠다.
그리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따뜻한 날들이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