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사 7공주 주식부터 남북경협테마까지
윤재수 작가의 책 "돈이 보는 주식의 역사"에 대한 5번째 글입니다. 오늘은 2010년 이후의 증시 테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이 개방되기 이전, 그리고 기관투자자의 비중이 적었던 시기에는 증시테마가 번성한느 것에 그러려니 할 수있습니다. 그러나 2010년 이후에도 테마주의 열품은 비슷했고, 또 모두 비극적인 마무리를 겪었습니다.
"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 - 한국 증시는 원래 엉망! - 1편
"돈이 보이는 투자의 역사 2" - 사채동결 조치가 증시 부양? - 2편
"돈이 보이는 투자의 역사3" - 테마주의 흥망성쇠 - 3편
"돈이보이는 주식의 역사 4" - 대형사건과 증시 관계 - 4편
책 395쪽에 표시된 '차화정' 장세의 주도 흐름은 많은 것을 시사합니다. 2000년대 중반 중국 테마가 처참하게 꺾여버렸음에도, 금융위기 이후 2년 만에 다시 이런 강력한 테마주 장세가 나타났던 것입니다.
특히 이때의 주가 상승은 증권사의 랩 어카운트 계좌 증가와 함께 이뤄져, 흔히 '자문사 7공주' 장세라고 불렸습니다. 증권사에서 임의대로 운용하는 랩 어카운트에 돈이 쏠리면서, "돈이 들어올 때마다 주도주를 매입하는" 식의 집중 운용이 대세를 만들었던 것입니다.
https://m.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12246.html
이런 식으로 운용되면 자금의 흐름이 모든 것을 좌우하게 됩니다. 414쪽에 나온 차화정 테마주의 하락은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사태와 함께 이뤄졌습니다. 미국 등 선진국증시가 폭락하고, 이어 유럽의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재정위글 겪으면서 순식간에 자금 흐름이 말라버린 것입니다.
OCI 같은 기업들은 2012년부터 바로 적자로 돌아섰고, 다른 차화정 기업들도 2011년을 고비로 이익 개선의 탄력이 크게 둔화되었죠. 이 결과는 연쇄적인 폭락의 악순환이었습니다. 자문사 랩 어카운트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자문사 7공주' 종목에서 매도가 나오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다시 고객들이 자금을 인출하니 주가가 더 떨어질 데가 없을만큼 낮아진 다음에야 폭락이 멈추게 됩니다.
자문사 7공주 장세가 끝난 다음은 우선주 장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우선주란, 보통주보다 더 높은 배당을 주는 대신 주주총회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의결권이 없는 주식을 뜻합니다. 한국은 제대로 된 M&A시장도 없는 나라이면서, 우선주를 냉대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최저 배당수익률을 자랑하는 나라이기에, 우선주 투자를 신경쓰는 이들이 거의 없었던 것도 우선주의 저평가를 가져온 요인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 우선주는 갑작스럽게 시장에 분출했습니다. 책 432쪽의 <표>는 2012~2015년 우선주의 흐름을 보여주는데, 주식 수가 몇 만주 되지 않은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수만 혹은 수십만주 정도만 거래되는 주식에, 갑자기 많은 돈이 쏟아지면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금방 짐작할 수 있죠.
매집에 성공했던 세력은 대중들이 이 주식을 사기 위해 몰려 들 때 기분 좋게 처분하고, 이후 벌어질 폭락 국면을 맥주 한잔 하면서 즐기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2010년대 마지막 테마는 대북 테마입니다. 어쩌면 가장 투기적인 주식가격의 변동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가능성 없는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한 개미투자자, 그리고 부실한 기업들을 '강력 매수' 추천했던 일부 애널리스트들의 합작품이었죠.
책 475쪽에 표시된 남북경협주의 테마를 살펴보면, 참 그렇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테마라 주가를 금방 확인해 볼 수 있었는데(아직 상장 폐지된 종목이 없어서 가능했죠), 다들 참 주가와 실적이 거시기해서 말입니다. 암튼.. 테마주에 뛰어들었다 설거지하는 신세에 빠진 개미투자자가 이제는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