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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ngchic Oct 06. 2016

잘 자고싶다. 위로받고 싶다.

푹 자고 싶다. 파견 근무로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아침에 너무 일찍 깨버린다. 제주에 온 삼일 내내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났다. 7시까지는 누워 있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된다. 결국 30분을 버티다가 6시에 운동복을 갈아입고 근처 공원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나보다 더 일찍 아침을 맞이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40분 정도 조깅을 하고, 스트레칭을 한 뒤 숙소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다.

유익하고 알찬 생활 패턴에 대한 뿌듯함보다는 늦잠을 자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어떻게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의 단잠. 기지개를 펴고 일어나면서 '아 정말 잘 잤다'고 절로 나오는 꿀잠. 꿈도 안 꾸고 자는 푹잠. 그런 잠이 그립다.

어렸을 때, 엄마, 동생 그리고 인형과 목욕탕에 다녀오고 나면 의례 낮잠을 자곤 했다. 깨끗한 요 위에 세신을 하느라 잔뜩 나른해진 몸을 누이면 그 위로 엄마가 사브작 사브작 거리는 까끌까끌한 이불을 공중에서 펼쳐 덮어주셨다. 이불이 일으키는 약간의 바람과 차가운 느낌. 그 속에서 나는 아주 다디단 잠을 잤다.

외출을 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이 들면, 아빠는 나를 안아 이불 위에 눕혀주셨고, 엄마는 입고 있던 외출복에서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혔다. 그리고 물수건으로 얼굴과 발바닥 손바닥을 꼼꼼히 닦아주셨다. 그때의 편안함이 그립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침대에 누우면 문득 누군가 나를 다독거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스스로 이불도 덮고, 알아서 씻고 자야 하는 나이가 됐다. 더 나이가 들면 엄마 아빠에게 이불을 덮어드려야 하고, 씻겨드려야 한다. 나이가 든다는 건 푹 잘 수 없을 정도로 쓸쓸하고 고독한 일인 것 같다.

잘 자고 싶다. 위로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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