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야기

설을 맞아 고향을 생각하며

by hongfamily

꼭 명절이어야 가는 곳은 아니지만 설이나 추석이 되면 고향이 가장 먼저 떠오르곤 합니다. 고향의 뜻을 사전에 찾아보면 자기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라는 뜻과 함께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곳이라는 뜻도 있듯이, 저에게 고향이라 하면 제가 태어난 곳, 제가 자란 곳, 부모님이 나고 자란 곳 모두가 떠오릅니다.


부모님의 고향은 충북 보은과 옥천입니다. 성인이 되고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매년 명절을 충북 보은에서 보냈으니 저에게는 정감 있는 곳입니다. 아버지가 차를 사서 운전하시기 전에는 고속버스를 이용하였는데, 시골집에 가기 위해서는 대전 종합터미널에서 직행버스를 타고 보은 읍내로 가서 택시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야 했습니다.


신작로라고 할만한 길도 없어 바퀴가 지나는 곳이 아닌 가운데는 돌무더기와 풀이 자라나 차가 망가진다고 기사님이 가기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시골이냐 하면 핸드폰이 안 터졌었는데,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는 기지국을 세워주지 않다가 청주-상주 간 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핸드폰 사용이 가능했더랍니다.


명절이면 보은 읍내에 있는 큰 할아버지 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다 함께 할아버지 댁에 와서 잠시 담소를 나누고 선산에 올라 성묘를 하는 걸로 공식적 일정은 끝나곤 했습니다. 아버지와 삼촌, 고모들이 모두 모이면 음식을 잔뜩 만들어먹고 술에 취해 읍내 노래방에 가기도 했으니 그때만 해도 아버지나 삼촌, 고모들이 젊었었구나 싶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몇 년 사이 돌아가시고 울산에 있는, 제가 자란 고향집에서 차례를 지내면서 명절에 울산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한 동안 건강이 안 좋으셔서 결국 차례를 지내지 않기로 하면서 초반에 모이던 삼촌들 고모들은 안 오시고 저와 동생 내외가 명절에 모입니다.


마지막으로 이야기할 곳은 부산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인데요. 부산에서도 가장 가난한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제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오셨다는데, 부산에 사는 동안은 경제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합니다.


고향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는 고향에 대해 추억을 이야기하지만, 부모님에게는 젊은 날 고군분투했던 고생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추억 하나하나가 실은 부모님의 주름 하나 하나와 짝을 이루어 지금의 우리 가족이 있는 것 같다는. 감사하면서도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무거운 마음은 걷어내고 이번 설에는 부모님과 행복한 추억 많이 만들고 와야겠습니다. 부모님 아들이 열심히 달려가는 중입니다. 곧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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