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한 책들
달리기는 고독한 운동이다. 혼자서, 오롯이 길 위에서의 시간을 견딜 수밖에 없다. 달리다보면 지겨울 때도 있고 다른 사람은 어떻게 달리나 궁금하기도 하고 나는 왜 달리고 있나 싶기도 하고. 달리기가 귀찮아지는 시기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달리기 책을 본다거나(김연수, 하루키) 마라톤 접수를 한다거나 나이키 앱으로 친구들과 경쟁을 한다거나 하면 어느새 또 승부욕이!
러닝 인스피레이션이라고 해야 할까. 내게 계속해서 운동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달리기 책, 영화, 잘 빠진 러닝 슈즈들. 그래도 동기 부여가 되지 않을 때는 달리면서 내 스스로 목표를 만들기도 했다. 누적 300km 되면 운동화를 사야지, 500km 되면 점퍼를 사야지, 하는 식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내 자신에게 선물을 줄 때마다 왠지 내가 기특하게 느껴진다.
달리기 할 때 or 운동할 때 동기부여가 되는 책들을 추려보았다.
달리기에 관심을 가진 후 가장 처음 읽은 책. 원래 하루키의 에세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매일 달리고 매일 쓰는 사람의 일상은 견고하고도 매력적이었다. 이 책 뿐 아니라 하루키 에세이 곳곳에는 달리기에 대한 얘기들이 나온다. 러너이자 소설가인 하루키가 제일 부러웠던 건 나이키 본사 트랙 달린 거.
이 책은 독일 장관의 달리기와 그 변화에 대한 책이다. 솔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대단하고, 무엇보다 달리기에 대한 생각이 좋았다. 예외가 없는 달리기에 대한 철학. 일관성 있는 사람은 길게 보면 웃을 수밖에 없다.
p.93
어떤 리듬을 타려면 어떤 경우라도 예외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나는 늘 새벽에 일어나 뛰러 나갔다. 날씨와 상관없이 항상 그렇게 했다. 나의 리듬을 발견하고 매일의 의식에 익숙해져야 내 안에 있는 치사한 마음을 쫓아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김연수의 책. 예전에 김연수가 어떤 스포츠 브랜드 블로그에 쓴 글들 엄청 인상깊게 읽으면서 김연수가 달리기에 대한 책을 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딱! 호수공원을 달리는 그의 모습을 상상하며 야금야금 읽었다.
이 책은 약간 정신분석학적인 느낌도 있다. 달리기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체학적으로 정신분석학적으로 썼다. 단어들도 어렵고 해서 술술 잘 읽히진 않는다. 약간 어렵다. 김연수가 번역해서 읽긴 했다만. 그래도, 달리기가 내 존재에 내 삶에 내 패턴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서서히 변화시키는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볼만 하다.
제목 그대로 마라톤. 마라톤 교본서라고 보면 된다. 주법(스트라이드, 피치)에 대한 것, 마라톤의 역사, 자세 등 교과서적인 책. 옛날에 나온 책인데도 꽤 도움이 된다.
p.20
좋은 집, 좋은 가정, 많은 수입은 그거들을 즐길 건강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p.30
러너는 운동, 경쟁, 훈련과 사교생활에 균형을 유지하고 자기 인생에서 달리기와 그 나머지를 잘 조화시킨다.때때로 무슨 분야에서든 성숙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처럼, 러너들도 그 이전 단계로 되돌아갈 때도 있찌만, 그것은 전체적으로 볼 때 일과성일 뿐이다. 러너는 행복한 사람들이다.
러너로서 인생의 주요 초점은 달리기가 아니다. 가족, 친구, 일 등일 수도 있고, 때로는 많은 것들이 한데 섞인 것일 수도 있따. 러닝은 이제 매일 먹고, 자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다. 언제일지 몰라도 그 매일의 달리기에 다시 들어갈 것을 알고 있다. 한번쯤 빠져도 그것 때문에 고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일년을 놓고 보면 빠지는 날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다.
p.99
달리기의 진짜 이점은 일상의 달리기에서 찾을 수 있는 평화와 육체적, 정신적 강인함에서 나오는 것이지, 경주기록을 20분 단축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p.188
힘든 달리기 마지막엔 기분이 나쁘다. 힘들고, 덥고, 그만 뛰고 싶고, 다리는 아프다. 더 이상 달리기엔 상관도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누구나 이런 메시지를 받는다. 선두에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실천하지 않는 한 이것들은 실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달리기에 대한 건 아니고 몸, 건강, 운동에 대해 쉽게 잘 읽히는 웹툰.
이 책도. 정석이라는 말답게 우리 몸의 구성부터 속설에 대한 진실까지 잘 읽히게 풀었다. 좋은 책
p.205
유치원생, 초등학생이 다리를 찢는 건 어렵지 않은데 중고생만 되어도 고관절이 굳어 가동범위가 좁기 때문에 다리 찢기는 고문입니다. 그래도 어릴 때 일단 다리를 찢어본 사람은 중년, 노년이 되어서도 쉽습니다. 이런 식으로 같은 나이에서 할 수 있는 운동은 '지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보다 '이전에 무얼 했느냐'가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노인들의 경우, 뭐가 다른 걸까요? 짐작대로 젊었을 때부터 해왔던 운동이 다릅니다. 레저문화가 늦게 발달한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이 이제와 스노보드를 타고 요트를 처음부터 배우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격한 운동보다는 등산처럼 비교적 접근이 쉬운 운동에 몰릴 수밖에 없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