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의 커피는 로스팅이 아닌 ‘데이터’의 문제인가

by 김경훈

오늘도 진한 커피 향이 감돈다. 하지만 이 매혹적인 향기 뒤에는 지독하게 정교한 데이터 싸움이 숨어 있다. 일본의 커피 장인 호리구치 토시히데의 기록을 읽다 보면, 이건 단순한 레시피 북이 아니라 정보의 무결성을 지키기 위한 고독한 정보 전문가의 투쟁기처럼 느껴진다.



로우 데이터가 쓰레기면 결과도 쓰레기다 (GIGO)


호리구치는 단호하게 선언한다. "재료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이건 정보학의 대원칙인 GIGO(Garbage In, Garbage Out)와 정확히 일치한다. 아무리 화려한 추출 기술(알고리즘)을 들이대도, 생두(데이터) 자체가 저질이면 그 커피는 그냥 카페인 섞인 검은 물일 뿐이다.


그가 '떼루아(Terroir)'를 강조하는 건 정보의 '출처 메타데이터'를 중시한다는 뜻이다.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지 모르는 커머셜 커피는 출처 불명의 가짜 뉴스와 다름없다. 반면 좋은 커피는 산미와 바디감이라는 확실한 '지문'을 가지고 있다. 호리구치가 10년 동안 생두를 찾아 방황하고 직접 산지로 달려가 컨테이너 단위로 계약을 따낸 건, 정보의 상류에서부터 깨끗한 데이터를 확보하겠다는 '장인 사서'의 집념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블랙박스 알고리즘’의 민낯


글로벌 아이콘 스타벅스에 대한 풍자는 꽤나 뼈아프다. 겉으로는 '파트너'라는 감성적 키워드로 브랜딩을 하지만, 실체는 감정 노동과 노동 착취로 가득한 '커피 공장'이었다. 이는 이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하는 척하면서 뒤편에서는 이용자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긁어모으는 거대 플랫폼의 행태와 소름 끼치게 닮았다.


공정무역을 내세우며 매출의 고작 0.02%만 농민에게 돌려주는 행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는 이름의 '데이터 세탁'에 불과하다. 호리구치가 "요즘 스타벅스는 좋은 원두를 쓰지 않는다"고 일침을 날리는 대목은 압권이다. 획일화된 맛을 대량 복제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개인의 취향이라는 다양성을 말살하는 '지식의 획일화'와 같은 맥락의 바이러스다.



시스템 튜닝과 데이터 보존 과학


호리구치가 생두를 냉장 컨테이너로 운송하겠다고 고집했을 때, 세상은 그를 미친 사람 취급했다. 하지만 그건 정보학적으로 보면 데이터 손실(Data Loss)을 막기 위한 완벽한 보존 전략이다. 산지에서는 맛있던 커피가 일본에 오면 맛이 변한다? 전송 과정에서 패킷이 손상된 거나 마찬가지다.


프렌치 로스팅을 하면서도 탄맛이 나지 않게 배전기를 직접 '튜닝'했다는 대목은 전형적인 커스텀 개발자의 모습이다. 그는 남들이 만든 표준 알고리즘에 만족하지 않고, 자신만의 결과물을 위해 하드웨어를 직접 뜯어고쳤다. 이게 바로 주체적인 정보 위버멘쉬의 태도가 아닐까.



결국 미래의 커피 시장은 획일화된 프랜차이즈(중앙 서버)가 아니라, 개성 있는 개인 커피하우스와 가정용 원두(분산형 로컬 호스트)가 주도할 것이다. 이건 지식의 권력이 거대 기관에서 개인의 서재로 이동한다는 문헌정보학적 통찰과도 닿아 있다.


남이 내려주는 똑같은 맛에 길들여지지 말고, 직접 커핑(데이터 검증)을 하며 미각을 향상시켜야 한다. 저질 정보를 접했을 때 지적인 거부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리터러시를 갖추는 것,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깨달아야 할 진실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스타벅스 지수와 두바이 쿠키의 상관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