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린을 만들지 마세요
'며느라기'라는 웹툰이 여성들에게 그렇게 공감을 얻는다. 남자인 나조차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정말 고쳐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많은 남자들이 문제를 외면하거나 여자의 생각이 문제라고 여긴다. 기존의 불합리한 상황이 남자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굳이 불편함을 만들면서 고치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쁜 사례들만 부각되어 '마치 결혼하면 불행해진다'. '시 자가 들어가는 것은 모조리 부정적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달갑지 않다. 예전에 SBS 스페셜 작가님께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전에 썼던 시월드 관련 글을 읽고 특이한 분위기의 가정 이야기를 방송해보고 싶다고 했다.
https://brunch.co.kr/@hoonlove0303/142
취지가 좋았지만 인터뷰나 방송 출연은 거절했다. 당시 작가님이 지방까지 내려왔으니 인터뷰라도 하자고 간곡하게 부탁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정말 죄송했다. 가족의 얼굴이 방송에 나가는 것도 싫고, 방송 편집에 따라 현실이 과장되거나 왜곡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하지만 3월 초에 방영했던 방송은 찾아서 보았다. 잘 만들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좋은 방송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도 갈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맞추면서 잘 지내고 있다.
며칠 전 부모님이 우리 집에 오셔서 이틀을 주무시고 가셨다. 이 한 문장이 공포스러운 여성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요청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나의 야근과 아내의 대학원 수업으로 딸아이를 봐주시기 위해서 시외에서 일부러 오신 것이다. 게다가 평소에 딸아이를 봐주시던 장모님도 쉬실 수 있기에 아내가 부탁드렸고, 어머니도 흔쾌히 승낙하셨다.
그날도 아내는 부모님이 사시는 곳으로 출장을 갔다. 그러고는 연락이 왔다.
"여보, 나 어머니, 아버지와 점심 먹었어"
그리고 아버지 차를 타고 회사로 돌아갔다. 오늘 새벽에도 비가 많이 내려서 출장 가는 아내를 내가 시외버스터미널로 태워주고 왔더니, 버스 내리는 곳으로 아버지가 나와서 기다리시다가 아내를 출장지까지 태워주셨다고 한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아버지께 미리 연락을 해놓으신 덕분이다.
"아버님 아니었으면 지각할 뻔했어"
오늘 점심도 아내는 부모님과 약속을 잡아서 식사를 했다. 남편 빼고 말이다. 다음 달은 벌써 다 같이 가족여행 계획을 세웠다. 이건 아내와 아버지가 추진한 계획이다.
부모님과 아내가 돈독하게 잘 지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부모님과 아내 모두 배려를 잘하고, 서로에게 잘해주려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아내는 부모님의 요청이라면 웬만하면 오케이다. 간혹 내가 귀찮아서 투덜거릴 때에도 아내는 그러지 않는다. 부모님을 챙기는 것도 나보다 낫다.
"어머니, 이번 주말에 뭐하세요? 저희랑 같이 식사해요"
부모님이 하나뿐인 손녀 보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아내는 부모님과 자주 만나려고 하는 것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는 아내의 마음이 고마웠다.
부모님은 가족을 중시하고 정이 많으시다. 이제 다 컸지만 자식의 일이라면 아직도 발 벗고 나선다.
"이번 주말에 슈밍이 봐줄게. 데이트도 좀 하고 그래"
매년 연말이면 아내에게 챙겨주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예쁜 옷을 봤다고 며느리에게 사다주시는 모습. 뭐든지 해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참 고맙게 느껴진다. 그 마음을 아내도 나도 잘 알기에 감사하고 우리도 잘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가족 간에도 배려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있다면 불편할 수 있는 관계도 극복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여성들 사이에서 '시댁과의 갈등' 이야기가 오래된 전설처럼 사라지고 행복한 가족 이야기만 들려오길 희망한다.
※ 이미지 출처 : 웹툰 며느라기
※ 못된 시부모도 없고, 못된 며느리도 없습니다. 생각의 차이와 표현의 차이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