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곡차곡 후니 다이어리_ 66번째 에피소드
나한테 피아노 가는 길은 좀 험하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우선 횡단보도 앞까지 가려면, 좁은 가시거리를 지나야만 한다.
(이건 내가 붙인 이름이다. 장미가시가 담장 밖으로 나와있는 아주 좁은 길이다.)
그다음으로는 횡단보도를 휙휙 건너서 끝없이 펼쳐진 내리막길을 걷고
또 한 번 횡단보도를 슝슝 건너야 피아노에 도착할 수 있다.
(원장님, 차량 운행 해주시면 안 될까요?)
오늘은 비 같기도 하고 눈 같기도 한 것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서 우산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 그 좁은 가시거리를 걷다가 반대쪽에서 오는 사람을 만났다.
나는 우산을 높이 들고 빨리 지나가려고 했지만,
우산이 그 가시덤불에 걸려 버렸다.
나는 순간적으로 획 잡아당겨서 빼내긴 했는데,
우산을 살펴봤더니 아주 살짝 구멍들이 나 있었다.
눈물이 좀 나오려고 했다.
피아노 다녀와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는 아무 문제없다고 그냥 쓰고 다니라고 하셨다.
헉... 어무니!
그럼 내 머리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진다고요!
아무튼, 난 그 가시거리가 너무 싫다.
인도 쪽으로 뻗쳐 나온 가시를 잘라달라고 하면 장미가 서운해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