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틈새 잡기
일상의 도전이라고 하면
거창하게 보일 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적어 내려 가는 글
사실 우리는 매일 도전을 하고 있다.
아침 출근길에 사람으로 꽉 차있는 지하철에서도
대화하고 싶지 않은 동료와 같이 일하는 것도
그리고 누군가에게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도
가끔씩은 의미를 찾기 어려운 인생에서
매일 자신만의 삶 속에서
도전을 해나가고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라고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다.
대단하지 않아도
하기 어렵거나 견뎌내고 이겨내야 하는
간단해 보이고 그냥 일상에서 자주 겪는 일도
도전이다.
새벽 4시 일어나서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아침 6시
히로시마에 도착하니 아침 9시
웬 가을비가 폭우처럼 내리는 아침에
처음 와보는 도시에서 호텔까지 이동하는 것 자체가
도전이었다.
오랜만에 써서 다 까먹은 일본어
히로시마라고 하면 지레 겁을 먹는 나 자신
처음 가보는 장소에 대한 부담감이
갑자기 밀어닥치기 시작했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자마자 일을 시작해서
12시간 만에 일이 끝났다.
가득찬 어려움과 힘듬은 배움으로
어느 정도 호환할 수 있는 나 자신이 기특했고
태도가 기분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에 기쁘기까지 했다.
삭신이 쑤시고 피곤함보다
첫 출장의 첫날의 일을
잘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유독 기뻐해했고
처음 먹어보는
히로시마 특산물인 멜론에
유난히 행복해했다.
(먹어도 되는 걸까…?)
어쩌다 보니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일에 대해 1차적으로 느끼는 감정보다
조금 더 좋게 생각하며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조금 더 성숙하게 생각하려면
지금 내가 어떠해야할까?
항상 질문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내일이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생각이 옮겨간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12시간 만에 일이 끝나고
바로 신칸센을 타고
히로시마에서 나고야로 이동했다.
신칸센에서 소박한 도시락을 먹으면서
더 필사적으로
기록을 위한 사진들을 올려놓았다.
어렵고 힘든 상황은
어떻게든 나를 더 치열하게 기록하게 만들어준다.
왠지는 잘 모르겠어도
열악한 상황이 유일하게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적고 내 영혼과 대화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방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생각의 길이가 짧을 수밖에 없는
피곤한 컨디션에는
항상 글의 제목부터 적어보곤 한다.
그리고 제일 쉬운 사진을 고르는 일을
그다음으로 한다.
그다음에는 생각보다 쉽게 글이 나온다.
만약 글을 쓰고 싶은데
못쓰고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방법을 해보길 추천!
좋은 글도
좋은 상태에 나를 두어야지
나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온도
좋은 기운
좋은 분위기
온전히 글을 쓸 수 있는 순간은 많지 않다.
열심히 하는 순간들이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일상에서 글을 쓰는 것이
‘일상의 도전‘이 아닌
‘편안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죽음의 수용소에서도 글을 썼다는 데
자신이 너무 편해진 건 아닌가?라고
스스로 주의를 주면서 하루를 마무리했다.
완벽하지 않은 내가,
나고야에서
일상의 도전을 기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