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리바 Mar 31. 2020

내가 그렇다잖아.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목소리가 크고 자기주장이 강한 나와 사람들은 친해지면 말하는 게 있다.

첫인상과 다른 '배려'의. 외. 의. '친절함'.

반전이라는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리면서 그 사람들에게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상을 남기는구나. 내가 마냥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구나. 라며 스스로의 새로운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다.


왜일까?

왜 친절함에 스스로가 대견하고 기특한 감정을 느낄까? 사람들에게 인정받아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조금 더 나아져서? 내가 타인에게 좋은 사람으로 비쳐서? 


나의 친절함. 나의 배려들은,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타인을 위한 답 시고 몸에 밴 것일 수도 있다.


언제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어떤 게 더 편할까? 더 안정적으로 느낄까? 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남을 위하는' 생각을 하려고 애쓴다. 그 사람이 나에게 불편하게 느끼지 않았으면, 나와 있는 시간 동안 편안하게 있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일건대, 배려하는 와중에 또 상대방의 배려를 생각하는 나라는 사람을 발견하게 된다. (무척 피곤)

배려를 하는 동안 또 다른 배려를 생각하는 건 무척이나 고통스럽지 않나? 정말 고통스럽다. 끊임없이 상대방의 불편하지 않은, 상대방이 놓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상상하며 배려할 생각을 하고 맞춰주다 보면 스스로의 생각에서 상대방은 편할 시간이 없다.

게다가, 내가 배려해 준 만큼 상대방도 나에 대한 배려가 보이지 않는다면 얼마나 꼴 보기 싫은지.


그런 꼴을 보기 싫어서 어느 순간 적당한 배려에 대한 밀당을 하고 있다.


너무 퍼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옹색하지 않을 방법은 뭘까?

앞으로 배워나가고, 고민해야 할 부분이겠지? 타인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조차 조심스러우니깐.


나는 엄청나게 전전긍긍하며 배려하고 걱정하는 스타일이었다. '행여라 불편하면 어쩌지?' 하는 스스로가 만들어낸 가상의 불안감 때문에 스스로가 더 피곤한 스타일이었다.

그게 어느 순간 반복되다 보니 스스로 지친다. 그래서 '원하는 거 있으면 요구해'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말은 '내가 너의 모든 걸 케어해 줄 수 없으니 불편한 만큼 나한테 이야기해 줘'라는 의미이다.

인정해야 할 부분은, 나는 100프로 당신을 이해할 수 없고, 내 할 일 바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아쉬운 쪽. 원하는 쪽. 바라는 게 있는 쪽에서 '요구'하는 것이 맞다. 난 그 요구를 무리하지 않는 이상 다 들어줄 용의가 있다. 


최근에 HJ를 집까지 태워다 줬다.

HJ의 집은 우리 집에서 더 가야 했는데, 어차피 다른 애네 집은 돌아서 가는 길이라 가는 김에 내려주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HJ는 '언니네 집 그 역 근처니깐 거기서 내리면 되겠네요' 하며 자기가 스스로 계획했다.

그녀는 내가 먼 자기 집까지 굳이 시간을 써가며 올 필요가 없다고 나를 배려해 준 말이었다.

애가 웬일로 이런 이야길 하나 싶어 '아냐. 어차피 돌아서가니깐 너네 집 앞에서 내려줄 수 있어'하며 말했다.

다른 동생을 내려주고 어차피 우리 집에서 더 멀리 돌아서 가는데 HJ는 계속해서 '언니 어디 쪽에서 가는 게 편해요?' '저기서 내리는 게 더 나을까요?' 하며 끊임없이 내가 더 편했으면 하는 쪽으로 말했다. '괜찮아'라는 말을 몇 번이나 해도 그녀의 배려는 끊임없이 올라왔다.

듣다 듣다 너무나 지쳐서 '아니, 차 있는 내가 너네 집 앞에서 정확하게 내려준다는데 왜 그렇게 재고 따지고 그래? 그냥 받아들여. 집 앞에 내려줄게'했다. 그제야 '아.. 언니 불편할까 봐요..' 하며 수긍하는 HJ였다.


배려도 정도껏 해야 한다는 걸 또 생각하게 됐다.

내가 누릴 수 있는 부분은 누리고, 내가 베풀 수 있는 부분은 베풀고, 강약 조절이 조금은 어렵고 언제나 베풀어야 하는 입장만 돼야 할 것 같지만 서서히 그런 것들을 보완해 나가는 우리의 인생이 아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나 인생은 갖은 이해관계들이 꼬여져 있고, 열길 알 수 없는 사람 마음으로 인해 '뭘 어쩌란 거야?'라는 의문이 올라오지만 그 마음들 앞에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이 편해? 난 어쩌고 싶은 거야?'라며 스스로에게 먼저 배려를 해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원래 인간은 이기적이다. 오늘도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배워 나가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있는 시간을 갖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