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대처하는 방법
그거 알아?
눈물이 나면 슬프지만
그 눈물이 날 때 펑펑 울고 나면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다?
어른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
그럴 땐,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만 알려줘.
그럼 엄만 곁에서
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려줄 거야.
네 살의 별아이가 너무 피곤했던 어느 날, 실컷 자고 일어난 건 줄 알았는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왜 인지도 모르겠고, 답답하고, 슬슬 나도 화가 나려 할 즈음 이상하게도? 기다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30분 같은 2~3분을 기다리고, 더 울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책을 읽는 게 어떨까? 눈의 여왕이 네게 도움을 줄지도 몰라’하며 앉히고 책을 읽어 줬다. 책을 읽고 좀 진정되는 듯하더니, 늦은 시각인데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 얘기했다.
‘나가보자!’
평소 같음 늦은 시간에 걷는 건 위험하고, 또 한편으론 귀찮기도 하고, 많은 이유로 회유했을 테지만 심상찮은 오늘은 군말 않고 나갔다. 쌍쌍바 하나씩 입에 물고 너털 걸음으로, 총총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나도 눈물이 나고,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나의 슬픔이 어떤 것인지 얘기하고 싶었던 걸까.
그거 알아?
눈물이 나면 슬프지만 그 눈물이 날 때 펑펑 울고 나면 이상하게도 속이 시원하다? 어른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 그럴 땐, 기다려 달라고, 그렇게만 알려줘. 그럼 엄만 곁에서 네 속이 시원해질 때까지 기다려줄게, 알겠지?
네, 엄마.
알려줘서 고마워요.
참 신기했다. 나는 무슨 말을 하고 싶고, 또 듣고 싶었던 걸까. 바라는 게 많아 꺼낸 이야기는 아니었다. 슬퍼서 울었을까? 몸이 힘들고 짜증이난 건데?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울고 있던 아이에게 한마디 말의 위로라도 그냥 꺼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이런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놀라웠고 계속 운다고, 혹은 계속 짜증을 낸다고 내가 화내지 않아서 너무 다행이었다. 아이라고 그냥 안고 달랜 게 아니라 눈물에 대한 나의 이야기를 해준 것이 다행이었다.
몰라서 알려주는 게 나의 역할이었고, 몰라서 알아가는 게 서로의 과정인 것이었다. 눈물 역시 그것 중의 하나였고, 슬픔 역시 알려줘야 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속상한 마음이 마음의 우물에 고이면
그 우물은 결국 색이 바랜다.
쌍쌍바의 두 막대기가 보일 즈음, 우리는 눈물의 색에서 벗어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우린 종이를 꺼냈다. 글로 쓰고 일기를 남기는 게 아니라 크레파스 하나로 속상한 마음을 끄집어내라 했다. 검은색의 크레파스가 스케치북 위에서 실 뭉탱이를 그려낸다. 그리고 엄마는 별아이에게 말했다.
구기자. 꾸깃꾸깃!!
네 속상한 마음 여기 가득 담아서
꾸깃꾸깃 뭉쳐
저 멀리 던져버리자!!
신나게 크레파스로 그 마음 그려내다 꾸깃꾸깃 온 손이 까매졌고 종이에겐 못살게 굴었지만 던져지는 그 종이 덩어리에 슬픔이, 속상함이 가득 담겨 얼굴엔 웃음만 남았다. 깔깔거리며 종이를 던지는 엄마와 별아이의 마음엔 슬픔은 더 단단한 나무를 남기고 사라졌다.
잘 웃는다, 명랑하다도 중요하지만 속상함과 슬픔을 어떻게 표현하는지는 더 중요하다. 일곱 살 별아이는 슬프고 속상한 일을 마주할 때 차분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그냥 그 속상함을 온몸으로 표현해준다. 그럼 엄마는 함께 마음속 속상함을 꺼내 밖으로 같이 던져 준다. 별아이도 자신의 맘 속의 서운함, 속상함, 슬픔을 꺼내어 던져버린다. 그것이 우리들의 슬픔, 속상함, 좌절 등의 남푸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이 되었다. 그렇게 슬픔은 우리들의 친구가 되었다.
너의 눈물이 네 마음에 웅덩이를 파기 전에
그 눈물의 힘을 알고 딛고 서길 바라.
그날, 눈물의 맛을 처음 본 총총걸음 네 살의 발소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크고 웅장했던 게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