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za Jul 10. 2024

법복도 핑크처럼 좀 화려한 건 없나?

수행도 좀 멋진 옷을 입고 한다면 잘 될 것 같은데

수행도 좀 멋진 옷을 입고 한다면 잘 될 것 같아

나는 사람들이 뭐 하는 사람이에요? 라고 물어볼 때 당황스럽다. 그 이유는 뭐 하고 있는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단편 영화도 만들고, 창업도 하고, 강의도 해보고, 이렇게 책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직도 찾는 중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나에게 직업을 물으면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는 것이 불안함으로 작용할 때도 있다.     


어느 날, 나는 장편 시나리오를 써서 씬원 아카데미에 지원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돈도 벌기도 해야 하고, 앞으로 직업적으로 뭔가를 하려면 장편 시나리오를 쓰는 것 말고는 답이 안 보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서 글을 쓰려고만 하면 답답하고, 머리가 백지상태가 되었다. 그런 경험을 할 때마다 나는 조급하고 화가 났다.     


남들보다 빨리 뭔가를 못하더라도 뒤처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나는 더 다그치고, 생각을 못 해내는 나를 비난했다. 그 상태가 길어지니 너무 답답해 일지 스님께 전화를 드렸다. 스님은 언제나 그러하듯 요즘 ‘뭐 하고 지내?’라고 물어보셨다. 그때 나는 이런저런 고민과 상관없는 일상을 말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하고 싶은 것도 없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없어요.’라고 이야기했다.     


생각해보면 웃긴 이야기다. 사실 안 하고 싶으면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런데 나는 하고 싶은 걸 쥐어 짜내면 되는 줄 알았다. 마른걸레에 물이 나올 때까지 쥐어짜는 정신처럼 말이다. 스님도 내 이야기를 들으시면서 ‘에너지가 고갈되었으니 에너지를 좀 채워야겠네.’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방생(죽을 뻔한 물고기를 바다에 살려주는 행위)도 해보고, 등산도 가보고, 아침에 3배 후 광명 진언 기도를 해보라고 하셨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사실 무슨 진언인지 정확하게 몰라 인터넷을 찾아봤다. 광명 진언 기도란 아무리 깊은 죄업과 어둠이 마음을 덮고 있어도 비로자나불의 광명이 비추며 저절로 맑아져 깨어나게 된다는 진언이다. 나는 광명진언의 효험과 상관없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기도를 할 마음이 생기니 장비가 필요했다. 본가에 가면 무조건 있는 방석도 없고, 법복도 없었다.     


사실 절은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덜한 이유는 좀 멋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법복을 떠올리면 국사 선생님, 한국 지리 선생님들이 좋아할 것 같은 계량 한복 느낌이 물씬 든다. 살면서 처음으로 기도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 만큼 장비 빨로 100일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인터넷으로 검색했다.     


젊은 사람들이 입는 법복이라고 해도 색상이 맘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요가 수련 유튜브를 보게 되었는데, 트렌디한 법복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요가복 브랜드를 파기 시작했다. 마음에 드는 브랜드 중에 좀 내가 사보지 않을 것 같은 색상을 사야겠단 생각을 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접한다는 의도로 기도를 한다면 복장도 화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고, 핑크색 바지를 샀다. 

    

아마도 수행도 멋이 있다면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핑크 바지의 힘을 믿어본다.

과연 광명 진언의 효험은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108배 수행 그거 고행 아니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