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관장의 괴로움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2)

by 방자까

병의 재발로 혈변과 급박변 증상이 심해진 이후, 걱정은 나날이 커졌습니다. 건강한 식단을 챙겨 먹으며 특히 관리에 신경 썼던 때라 증상 악화를 이해하기 더 어려웠습니다. 병원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증상이 심해졌다면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는 일반적으로 1년에 한 번 대장 내시경을 통한 추적 검사를 권유받습니다. 그러니 장 정결제를 다시 먹는 순간은 적어도 1년 뒤쯤이리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약을 다시 먹어야 할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돌아왔습니다.


차마 장 정결제를 다시 마실 엄두가 나지 않았던 저는 병원 가는 길에 '장 정결제 쉽게 먹는 법'을 검색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마시는 장 정결제를 대체할 알약 형태의 장 정결제가 나왔다는 겁니다. 환자들의 검사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나온 약이라더군요. 그래, 알약 정도면 거뜬하지. 그렇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다 알고 왔다는 표정으로 의사 선생님에게 여쭈었습니다.


"선생님, 저 마시는 장 정결제는 도저히 못 먹겠습니다. 그... 알약이 나왔다던데..."

“대장 내시경? 안 할 거예요. 이번엔 관장만 하고, 간단한 직장 검사만 해보죠.”


아뿔싸, 이번엔 대장 내시경이 아니라 관장이었습니다. 어리둥절한 와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저를 병실로 안내했습니다. 화장실이 딸린 방이었습니다. 지난번처럼 엉덩이에 구멍이 뚫린 검사복도 받았습니다. 게다가 이번엔 혹시나 튈지도 모른다며 갈아입을 상의까지 주셨습니다. 튄다니, 설마 똥이 튄다는 걸까. 께름칙한 기분을 뒤로하고, 엉덩이 개방형 검사복으로 갈아입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의 말씀대로 침대에 새우잠 자세로 누웠습니다. 드러난 엉덩이를 가리기 위해 검사복에 덧대어진 천을 들어 올린 간호사 선생님은 그대로 관장약을 넣을 준비 자세를 취하셨습니다.


“환자분, 잠시 옷 좀 정리할게요.”


아무래도 옆으로 돌아눕다가 엉덩이 구멍의 위치가 돌아간 듯했습니다. 간호사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바지 구멍의 위치를 바로잡아주셨습니다. 옷이 잘 움직이도록 엉덩이를 들썩거리는데, 익숙해질 법도 한 부끄러움이 또 밀려왔습니다. 얼굴이 빨개지려는 찰나, '넣겠습니다.'라는 말씀과 함께 차가운 액체가 항문 틈을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항문을 거쳐 직장, 그리고 더 깊은 곳으로 차가운 액체가 흘러 들어갔습니다. 내 대장이 거기 있구나. 관장약의 강렬한 존재감 덕분에 구불구불한 제 대장의 위치를 처음으로 짐작했습니다.


“최대한 오래 참아보시고, 화장실 다녀오세요.”


최대한 오래 참으라는 게 무슨 말… 생각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생전 처음 느끼는 새로운 종류의 고통이 시작됐습니다. 관장약이 들어오자마자 느껴지는 격렬한 배출의 욕구. 급박변을 자주 겪어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눈앞에는 바로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오, 하느님. 무신론자인 제가 하느님을 찾았습니다. 여태까지 살면서 응축한 모든 에너지를 항문을 조이는 데 사용했습니다. 다물어라, 꽉 다물어. 4시간 30분 같았던 4분 30초가 지났을 무렵, 결국 백기를 들었습니다. 오래 참지 못했는데도 다행히 웬만한 것은 무사히 배출되었습니다.


색다른 고통은 이쯤에서 끝났으면 하는데, 검사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습니다.


- 익숙해지지 않는 느낌 (3)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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