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야산 초입에서 죽은 새 한 마리를 보았다.
빨간 구슬을 물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보니 둥글게 뭉쳐진 핏덩이였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피를 토한 채 세상과 작별한 새.
투명하고 눈부신 햇살 아래서
붉게 물들어가는 가을 숲에서
작은 새는 그렇게 한 생을 마감했다.
네 깃털 하나 살점 하나
다시 누군가의 생명으로 이어지겠지.
잘 가.
작은 노랑새.
한 목숨 키워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목숨이 필요할까요. 수많은 벌레와 곤충의 으깨진 몸들이 민둥머리 아기새의 몸뚱이로 옮겨가 촘촘한 깃털로 돋고 팽팽한 날갯죽지 힘으로 솟아납니다. 어디 아기새뿐인가요. 아득한 한 점, 불확실한 혼돈에서 출발한 생식 세포가 사람의 꼴을 갖추고 태어나 이만큼 자라고 수십 년을 생존해오기까지, 내 속으로 들어와 나로 변한 목숨들은 얼마나 숱한가요. 후일 이 목숨 지면 이것은 누구에게 흡수되어 기나긴 윤회의 여정을 떠날까요. 소멸과 생성으로 이어진 끝없는 파도 위에서 찰나를 춤추며 살아갑니다. 지상의 어떤 것도 이 거대한 생명의 사슬을 벗어나 있지 않아요.
*자연에서 읽다 / 김혜영 / 낮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