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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사라 Oct 24. 2021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비밀병기

《부디, 아프지 마라》독서에세이 

등단 50주년을 맞이한 나태주 시인의 산문집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시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여인을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시를 쓰기 시작했고, 그 여인에게 버림받고 

나서 그 마음을 표현하려고 시인이 됐지요.      


상처는 누구나 받아요. 

질병에 고통을 받았고, 

직장에서도 힘든 일을 겪었어요. 


그 고난과 결핍의 상황들이 나에게 

시를 선물했다고 말할 수 있죠.”     

나태주, 《부디, 아프지 마라》     

     



시인은 43년간 교단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공주 장기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1973년 첫 시집을 출간한 이래 40권이 넘는 창작 시집을 펴냈다.     

          

‘풀꽃’이라는 시로 이름이 알려진 나태주 시인은 시가 물이고 밥이고 공기였다고 고백한다. 더불어 이제는 자신의 시가 자신만을 살리는 것이 아닌 다른 이를 살리고 풍부하게 해 주며 아름답게 해주는 어떤 것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물이고 밥이고 공기였죠.      

릴케가 ‘네가 바로 그것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을 때 시를 써라’라고 했어요.      

시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였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그 생각은 비슷해요.      

다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다른 이를      

살리는 무엇이 되기를 바랍니다.      

     

나를 살리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이에게 가서      

그를 살리고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아름답게      

해주는 어떤 것, 그게 시가 되기를 바랍니다.”     

(나태주)                    

     

5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시를 창작하는 시인으로 살아왔다. 그런 시인이 자신은 결코 시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고 정의한다. 시를 끝없이 잘 쓰고 싶은 사람이고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노인이 되었음에도 시 쓰기를 아이같이 철없이 좋아한다 고백한다.          




     

시를 잘 쓰는 사람은 아니었으나 다만 시 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기에 오랫동안 시를 쓰는 시인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나태주 시인은 성공의 새로운 해법에 대하여 진정한 의미의 재능은 잘하는 능력에 좋아하는 마음이 보태져야 한다고 해석한다.     

  

   

“풀꽃은 하나의 선언입니다.      

‘너도 그렇다’가 선언이라는 의미지요.      

지금은 코로나로 힘들지만      

‘너와 함께’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기다려야 합니다.           

‘풀꽃’ 시는 2002년에 썼는데,     

알려진 것은 2012년이었어요.     

하나의 시가 대중들에게 들어가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이지요.”     

(나태주)  


   

70이 넘었음에도 나태주 시인은 날마다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컴퓨터를 살리고 자신의 글을 읽는 일이며 저녁 시간에도 제일 나중에 하는 일이 컴퓨터에 글을 적어 넣는 일이라고 고백한다. 시든 산문이든 날마다 기록들을 쉬지 않는 노시인의 열정이 참 감동이다.     

          

독자들이 자신의 시를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세상이 자신의 시를 사랑해 주든 사랑해 주지 않든지 시인은 매일 책을 읽고 시를 쓰고 글을 써왔다. 한국인들이 가장 예정하는 시로 ‘풀꽃’이 손꼽히는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시인으로서의 하루도 멈추지 않는 글쓰기의 열정이 나무의 뿌리처럼 보이지 않지만, 그 뿌리가 누구보다 견고하고 깊었기에 ‘풀꽃’이라는 열매가 모든 이들에게 사랑받는 시가 된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의 직업으로 하루를 살아가면서 그 학교 일상에서 시를 피워낸 것이다.         


           

“내가 그동안 써온 많은 시편은      

내가 세상을 사모하여 세상에 보내는      

호소요 고백이요 러브레터요 선물이었습니다.      

한 번도 시원스러운 답장이 오지 않았습니다.      

     

비로소 온 답장이 바로 〈풀꽃〉 시입니다.      

70 나이에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사랑을 받는 시인이 된 것입니다.”      

(나태주)

     


세상을 사모하여 수많은 호소와 고백과 러브레터를 보냈으나 시인은 한 번도 시원스러운 답장이 오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풀꽃이라는 시를 쓴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답장이 왔고, 70이 넘은 나이에 사랑받는 시인이 되었노라 속삭인다.      

     

2007년 담즙성 범발성 복막염으로 생사를 넘나든 기간, 풀꽃이라는 시가 나태주 시인을 서정시인으로 독보적인 자리에 올려놓았다. 시골에서 평생을 살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면서도 매일 시를 쓰는 일과 글을 쓰는 일을 쉬지 않은 덕분에 40권의 시집과 더불어 1백 권의 저서를 냈다.      

          




“나는 하기 싫지만 날마다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억지로 의무감으로 그렇게 한다.      

그러다 보니 책 읽는 사람이 되었고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살아지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살아가는 사람으로 살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나태주 《부디, 아프지 마라》          

     

‘풀꽃’이라는 국민시가 어떻게 탄생하였는지에 대한 스토리가 소박하게 소개된다.              

2002년 봄.     

공주 한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일하던 시인은 특기적성 교육 시간 성격이 모난 아이들을 데리고 풀꽃 그림 그리기 수업을 진행했다. 아이들이 그린 풀꽃 그림들이 풀꽃과 전혀 닮지 않은 그림이어서 시인은 이렇게 당부했다.          

     

“얘들아,      

풀꽃 그림을 이렇게 그리면 어떻게 하니?      

     

교장 선생님처럼 풀꽃을 자세히 보아야 하고      

오래 보아야 한단다.      

그러면 풀꽃들도 예쁘게 보이고      

사랑스럽게 보인단다.”          

     

다시 종이를 받아 들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뒤통수가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세상에 예쁘지 않은 아이들은 없다. 사랑스럽지 않은 아이들도 없다. 시인은 그만 “사실은 너희들도 그렇단다.”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날 풀꽃 그림 그리기 공부를 마치고 교장실로 돌아와 문득 쓴 글이 바로 ‘풀꽃’이었다.     

               



     

아이들에게 한 말과 혼자서 중얼거린 말을 차례대로 쓰고 제목을 ‘풀꽃’이라고 붙였다. 2003년에 출간된 신작 시집 제일 앞자리 풀꽃 시가 들어갔다. 10년이 지나 2012년 광화문 교보 생명 글판에 올라가면서부터 독자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나태주 시인은 실상 풀꽃 시는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을 대상으로 쓰인 작품이 아니라고 고백한다. 예쁘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하면 예쁘고 사랑스럽게 볼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쓴 작품이었다. 시라는 문장은 있는 그대로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소망을 쓰는 글이라는 것을 풀꽃 시를 통해 가르쳐 준다. 오늘 힘이 들고 어려운 처지라 할지라도 내가 바라고 꿈꾸는 세계를 글로 담아내라고 나태주 시인은 권면한다.               



나는 진정으로 매일 쉬지 않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이는 현상이 아닌 그 너머의 소망을 글로 담아내는 사람인가?     

지금보다 좋은 맑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인가?     

     

열정 가득한 나태주 시인의 가르침에 세 가지 질문이 메아리 되어 온다.  


진정으로 매일 쉬지 않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보이는 현상 너머의 소망을 담아내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금보다 좋고 맑은 세상을 위해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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