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통 편지의 위력

양지영 작가 "쓰기의 쓸모"를 읽고

by 나목석

말보다 글이 편한 엄마다.

말은 무뚝뚝하다 못해 감정이 없다. 가끔 딸아이가 소시오패스 같다고 말할 정도니 할 말 다했다.(하지만 이 말은 친정엄마에게도 자주 들었으니 아이가 틀린 말을 한 것이 아니기에 혼낼 수도 없다;;)


양지영 작가의 "쓰기의 쓸모"라는 책에서 자녀와 통하는 "필통 편지"에 대해 이야기한 것을 보고 '나도 한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지난주 목요일 처음으로 필통 편지를 시도해보았다. 나름 집에 있는 편지지 중 가장 예뻐 보이는 노란색으로 골랐다. 무슨 말을 쓸지 몰라 인터넷에서 "어린이 명언"을 검색해 찾아 적었다.(왠지 고리타분한 느낌이 없지 않지만 이게 최선)


하교 후 필통 편지에 대한 별말이 없었지만 금요일에도 작은 쪽지에 나의 마음을 급히 적어 넣었다. 첫날 너무 화려한 편지지였던 것 같아 민무늬 흰 종이에 짧게 썼다.

아이가 자고 난 후 글을 쓰고 필통에 넣어야 하기에 3분여의 짧은 그 시간이 조금은 귀찮을 수도 있지만 소중했다.


내내 필통 편지의 답장은커녕 소감이 없길래 주말에 슬쩍 물어보았다.


"엄마가 필통에 편지 넣어놓은 거 어땠어?"

"응, 좋았어. 수업시간에 집중이 잘되더라고."


무심한 듯 이야기했지만 분명 좋다는 표현이었다.


월요일 전날 밤 나는 책상에 앉아 더욱 정성스레 필통 편지를 써 내려갔다. 아이가 학교를 다니는 내내 웬만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써야겠다 다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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