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 레포 해변의 자갈밭에 장엄한 시가 있네

by 예나네


물 빠진 해변에 파도가 부려놓고 간 이곳 자갈밭의 자갈은 다, 파도와 바람 소리에 각이 둥글게 닳아있다. 그들을 만지고 있다 보면 온정 있는 따스한 사람의 손을 잡은 느낌이다.



집에서 차로 10분을 달리면 몬 레포 비치에 닿는다.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는 난바다로 이민 간 어미 거북이들이 산란을 위해 귀향하는 해변이기도 하다. 물론 아기 거북이가 알에서 깨어나는 과정도, 어미가 한밤중에 산란을 하는 광경도 몬 레포 터틀센터에 예약을 하면 밤중에 바다에서 나오는 야생 거북이와 함께 볼 수 있다.

가끔은, 캥거루 어르신이 해변에 출현하여 아주 고요히, 아주 엄중하게 바다를 감상할 때도 있다.


이렇게.


이 캥거루는 내가 호주에서 본 캥거루 중 가장 큰 체구다.




몬 레포 Mon repos 해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여느 바다보다 더 푸르고 넓다.


부드러운 곡선 하나로 둥글게 이루어진 해변은 자연의 품속 같이 안온하다. 인근 숲에 에워싸여 아늑하다. 물 때면 파도가 해변 모래사장다 자갈 무더기들을 바다 바깥으로 아놓고, 바닷물만 바다로 되쓸어 간다.




다 밖으로 쫓겨 나온 여 무더기 자갈밭들 풍광은 나를 사념에 잠기게 한다. 마나 오랜 세월 구르면, 하늘의 별무리만큼이나 옹기종기 모인 저 돌 하나하나의 선이 하나같이, 저리도 부드럽고 유연해질 수 있을까. 기껏 해봐야 100살까지 사는 사람의 수명으로는, 저토록 완벽하게 부드러운 마음선을 갖기는 어려울 터. 다의 소금물과 해풍 빛 속에서 수억 년은 잠겨어야 총각으로 각진 선이 이리도 고운 곡선으로 닳을 수 있을 다. 의 곡선은 어떤 무늬일지 궁금해진다. 문득.




이순인 이 나이에도 난 가끔, 내 과거를 떠올리며 마음이 뾰족해 때가 있다. 나를 무시한 사람이 미워진다. 간교한 꾀로 나를 이용한 사람이 원망스러워질 때도 있다. 그때 난 이 해변에 와서 이 자갈돌들의 부드러운 곡선을 만다. 햇빛 아래서 따듯하고 부드러워진 이 곡선을 만지다 보면, 내가 감히 그들, 자갈들을 위로하는 날도 있다.




나에겐 안주할 집이 있지만 돌은 굴리면 굴리는 대로 깨지거나 닳는데 나보다 수백 배는 더 험난한 고비를 넘겼을 것이다, 깜깜한 깊은 바닷속에서 거친 파도에 쓸려 다녔을 게다. 수 억년을 그렇게 구르다가 이곳 몬 레포에 닿았을 게다.


자갈은 오랜 세월 동안에 걸쳐 이토록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었는데, 연식이 60년 조금 넘은 난 아직 뾰족한 구석이 남아있는 게 당연하다. 자갈이라고 프지 않고 속상하지 않았을까. 자갈들은 더 곡선으로 겸허해지기 위하여 얼마나 자주 아프게, 탈피를 감행했을까.




햇빛 건조된, 아직 소금기가 가시지 않은 조개껍데기와 자갈들이 무작위로 뒤섞인 그들을 나도 무작위로 한 움큼 잡았다가 손가락 사이로 쏟아낸다. 차르륵거리며 떨어지는 느낌 유쾌하다. 드럽고 따스하. 젠 이 일이 내게 숙해졌다.


해변을 산책하다 말고 자갈밭에 주저앉아서, 자갈과 장난 놀이를 렇게, 주 한다. 같이 걷던 딸이 듬을 얹는다. 엄마 해, 라며 헤헤거린다.


무엇하나 뾰족한 데 없는 이 대해에서 나 혼자 뾰족할 이유가 없다. 뾰족한 사람은 제 뾰족함에 찔리고 부드러운 사람은 부드럽게 조화를 이루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이곳에 있다 보면 나도 넓어지고 푸르고 깊어지고 나도 모르게 세상 시름 다 잊는다. 내 손에 닿는 자갈의 선은 깊은 바닷속으로부터 왔으니 바다의 향기는 물론 바다를 닮아 한없이 깊고 넓기에, 속이 단단하다.




햇빛은 순식간에 돌밭을 뜨겁게 달구어 놓는다. 나는 10여 년 전 동생이랑 조카 그리고 내 아이랑 주말만 되면 함께 가서 몸을 뉘었던 평촌역 근처 6층 찜질방의 맥반석실을 떠올리며 자갈밭 위에 슬쩍 드러눕는다. 등이 따끈따끈하고 시원하다. 앉아있던 자리와 누운 자리의 거리 차이만큼, 내 귓속을 때리는 파도소리 더 크게 더 가깝게 내 호흡 속으로 스흐흡 들어온다.





신이 경작해놓은 이 돌밭에 누우니 세상 시름 다 잊는다. 오래된 사연 품은 자갈 한알 한알,
그 속에 장엄한 시 한 편씩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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