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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Sep 23. 2022

고양이가 아파서 결근을, 사망하여서 출근을 하였다는데,

- 한국도 요즘 그러한지 궁금한 건 사실입니다


딸은 직장에서 일어난 일을 집으로 잘 안 가져온다.




그래서일까.  난 딸이 말한, 그녀의 직장 일을 들은 만큼, 잊어버리지 않고 거의 다 외운다. 그런 걸 보면 공부도 머릿속에 욱여 넣듯이 들이붓는다고 다 아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겠다.


왜냐하면 딸이 가뭄에 콩 나듯이 드문드문 내 머리에 심은 콩들이 거의 다 내 머릿속에서 파릇파릇 잘 자라고 있으니까.


반면에 주야로 머리를 싸매가며 몰두했던 영어단어와, 몇 년 전부터 글 쓰려고 메모했던 열두어 권의 공책에 깨알같이 박아둔 글자를 소환해보려 하면, 지우개도 그런 성능 좋은 지우개가 없다. 릿속이 하얗다.




여하튼, 일전에 딸에게서 들은 자기 약국 약사네 고양이를 하늘나라로 보낸 일과, 몇 년 전 자기 약국 직원 강아지가 뱀한테 물린 일은 또렷이, 아주 명백하게 기억한다.




보아하니 타운 하우스에 싱글로 사는 그녀 1은 고양이 한 마리를 자식처럼 위했다. 여름에 홀로 집을 지킬 고양이를 위하여 출근할 때 하루 종일 에어컨을 켜놓고  고, 혼자 있는 고양이가 이뻐도 너~무 이쁘다며 동료들에게 고양이의 동선을 수시로 보여주곤 했었다.


그 고양이가 일전에 아파서 결근을 했으니 딸이 대신 일을 했다. 그날 저녁 퇴근한 딸에게 나도 고양이의 안부를 물었다. 딸이 대답했다.


브리즈번에서 그녀 1의 아버지까지 오셨데. 다행히 괜찮아졌데. 아졌데.

난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앵, 고양이가 아프다고? 아버지까지? 원 웨이 네 시간을 달려오셨다고?

딸이 태연하게 대답했다.

응, 마침 토요일이어서. 그녀 1이 고양이를 얼마나 아끼는데. 자식같이 여기는데 그럼.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튿날 그 고양이가 하늘나라로 가 버렸다. 그녀 1은 혼자 멀거니 집에 있기 싫다며, 이번에는 거꾸로 일을 하고 싶다며 시간을 바꾸자는 연락을 했단다.



 한 생명과 더불어 사는 일도 그렇지만, 떠나보내는 일도 예삿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번에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런데, 솔직히, 고양이가 아프거나 개가 뱀에게 물려서, 병원에 데리고 가야 , 직장에 몇 날 몇 일을 결근하는 일이 평범한 상황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 때는 그런 일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소중한 반려동물이니 그럴 수 있겠다는, 아니 대신해 줄 사람이 없을 땐 결근할 수밖에 없겠다는 데 수긍이 가지만, 직장 일은 또, 해야 할 직장 일이 있을 것이니.



요즘 한국은 이럴 때 어떻게 하는지 솔직히 궁금하다.  아무리 온라인으로 가깝게 만날 수 있다지만, 코로나가 터지고부터는 한국을 직접 못 가고 있으니, 이런저런 궁금한 게 점점 많아진다.



요즘 여기는 봄꽃 "버틀 브러쉬"가 한창이랍니다. 병 닦는 브러쉬를 닮아 그렇게 지어진 이름 같습니다  ^^
버틀 브러쉬를 꼭 닮았지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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