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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Oct 07. 2022

이쁜 요정의 인형들이 반가운 방울소리를 울려 줄 것이다

- 칼리 할머닌 호주 스타일 •8

2022. 10. 06. 목. 오후 2시.


매주 목요일 오후 두 시가 되면  뜨개질 가방을 들고 우리 집 철문을 손수 따서 들어오시던 할머니가 결석을 하신 지 3주 째다. 이제 앞으로도 꽤 오래 못 오실 것 같다.



지난 요일 아침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운전하는 스바루 흰색 SUV  자가용을 타고 브리즈번의 한 병원에 가셨다. 할아버지의 이메일에 따르면 위암 응급처치를 하는 데 일주일이 걸릴 거라 다. 이곳은 아직 시골이어서 전문의와 그에 맞는 치료 시스템이 없으니 차로 네 시간 걸리는 브리즈번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할머니의 경우는 한 주에 호주불 60불(55000원 정도)씩 지불하는 보험들었기에 퀄리티가 좋은 개인병원 1인실에 입원할 수 있다. 만약 보험이 없으면, 커튼으로 벽을 대신하는 공중 병원 단체실에 입원하 무료로 치료를 받는다. 그렇다고 리티가 안 좋은 의사도 아니고 간호사 무척 살갑고 친절시스템으로 운영되까  앞뒤를 해서 개인 건강보험을 들지 말지를 결정는 게 좋다. 이 나라는 개인 보험비가 비싸면서도 전액 환불이 안되기 때문이다. 호주 이웃 몇 사람에게 물어보니 그들은 보험을 들었다면서, 나 보고도 얼른 가입하라고 일렀다. 하지만  여태까지 꼬물꼬물 미루는 중이다.



안타깝게도, 금요일 날 저녁에 들려오던 칼리 할머니 댁 웃음소리는  안심의 소리가 아니었다. 일요일에 릭 할아버지는 아래와 같은   e 메일을 보내왔다.





할머니의 배에 종양이 자라고 있어서 긴급 치료차 브리즈번에 급히 갈 거란다. 일주일 간 응급치료를 받고 돌아와서  이곳 병원에서 나머지를 치료받을 거라고. 그녀의 암은 치료 가능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릭 할아버지는 그래서 그건 반가운 뉴스라고 쓰셨다.
그래도 치료 가능한 암이라니, 나도 불행 중 다행이라 생각했다.



월요일 날 아침에 브리즈번으로 떠날 거라고 하셔서, 난 할아버지네 게라지 문 열리는 소리를 듣고 얼른 건너갔다. 왜냐하면 그래도 나의 베프 중 한 이 일주일 간 입원하신다는데 얼굴을 못 본 채  떠나보내면 서로가 못내 섭섭할 것 같았다.



얼굴에 근심 한 자락을 단 릭 할아버지는 수척해 보이셨다. 릭을 보자마자, 난 할 말이 없어서 필승! 하고 경례를 붙였다. 그리고 필승, 반드시 승리한다의미,라고 알려드렸다. 그러자 릭도 웃으면서 경례를 하셨다. 안되면 즐기라는 말, 이때 써먹어도 될까.

거실로 들어가 칼리한테도 경례와 포옹을 해 드리고 차가 떠나는 걸 본 후에 우리 집으로 건너왔다.



어제 다시 할아버지한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초 계획과 달리, 할머니의 일련의 검사를 받기 위하여, 한 달간 브리즈번 병원에 더 계셔야 한단다. 오늘은 할머니의 생신이었는데 병실에 꽃은 허용되지 않으니 생일 풍선을 사드려서 격려를 해드렸다고. 그녀는 지금 기분이 좋고 우리(나와 딸)에게 그녀의 사랑을 전한다는 내용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여기서 내 소중한 이웃의 힘듦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지금 고요 너머의 적요에 든 그들의 집을 자주 쳐다보면서, 칼리 할머니의 건강이 속히 회복되기를 기도할 뿐이다.



잠잠히 기다리다 보면,
할머닌 생글생글 웃음꽃을 온몸에다  매달고, 저 문을 딸까닥 따서 우리 집으로 들어오실 것이다.




이쁜 요정의 인형들이
딸랑딸랑 딸랑...
반가운 방울소리를 울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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