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예약한 숙소는 홍콩섬 중간 지점인 코즈 웨이 베이에 위치하여 교통이 편리하고 아담하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만 담뿍 정이 든 숙소다. 들고 날 때마다 경비 아저씨와 목례를 하던 일도 오늘이 마지막이다. 오늘 12시 안에체크아웃을 하며 이 방과 안녕을 고하여야 한다. 헤어지는 일은 언제나 가슴을 저릿하게 만든다.
평소엔 시드니사무실에서 근무하나 이 나라 한 회사의 재무팀에 소속된 딸은 매일 저녁 늦게 이 숙소로 퇴근을 했다.양쪽 일을 하다 보니 일이 더 많았다고. 출장이란, 일을 하러 왔으니 잘해 놓고 가라고 난 일렀다. 2주동안 딸은 그렇게 이곳에서 살았다.
어제저녁에는 회식을 했다며 밤 11시가 다 되어 귀가를 했다. 이번 주말에 멜버른, 시드니에서 온 직원들이 돌아가니 작별의 정을 나누었나 보다.홍콩의 밤은 호주와 달리 대낮 같더란다.
아침저녁으로 딸이 출퇴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친정에미는 그것으로 흡족했다. 얼마만인가. 딸이 매일 아침 동동걸음으로 나가고 눈꺼풀에 피로를 달고 들어오는 모습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게.
에미의 영화를 보자고 딸을 따라오지는 않았다. 에미로서 딸을 그저 응원하고 칭찬하고 힘을 보태주려고 왔다. 세상 거의 모든 젊은 딸들이 그러하지만, 신랑이 부드럽고 살림살이를 도와준다고는 하지만, 사내아이 둘 양육하며, 직장생활 씩씩하게 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딸이 사는 시드니에서 먼 호주 시골에 떨어져 살다 보니 딸의 집을 자주 방문도 못하였다. 늘 큰딸이 보고 싶고마음에 걸렸었다.오늘도 아이들하고 분주할 텐데... 가슴이 아슴하던 날이 많았다. 마침, 엄마 이때 같이 여행해보지 내가 언제 엄마랑 여행해 보겠어, 하며 딸이 같이 가자해서 따라왔는데 오길 참 잘했다.
여기 와서 나는 거의 아침마다 딸과 함께 숙소를 나섰다. 혼자 나가는 것보다 왠지 기분이 더 좋았다. 전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면서 딸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주변 어느 카페의 커피맛이 좋고, 어제저녁에 들고 온 홍콩 밥이 이 가게 거라며...별 것 아닌 이야기라도 그저 즐거웠다.
여드레 밤을 둘이서만 오붓하게 지내다 보니 딸의 살아가는 속살과 에미의 속살을 서로 교환하기도 했다. 이상 없음. 이만하면 몸 건강하고 서민의 보편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걱정 없음이다. 잘아시겠지만 살아가는 게 그리 호락호락하지만은 않다. 나의 가정에도 그간 꽤 아픈 슬픔과 힘듦을 겪어왔다. 이제는 그런 일들이 없기를 날마다 기도한다.
우리 모녀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21층 우리의 숙소를누군가 매일 청소를 해주었다. 외출에서 돌아오면 냉장고 위에 마실 물병을 남겨두고, 새하얀 수건을 욕실에 걸어주고, 새하얀 슬리퍼를 매일 갈아주고, 이브자리를새하얗게 정리정돈을 해놓곤 했다. 여드레 밤을 그렇게 보내고 우린, 왠지 설레게 될 밤 비행기를 타고 시드니로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