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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Jul 23. 2023

우회로 앞에서


바다와 하늘에 우회로가 있다.


시다시피 항시, 맑고 맑은 만 있는 게 아니다. 맑기만 하면 사는 일이 권태롭다. 그러니 다. 붉고 둥근 해 흰구름 속을 건널 때 빛이 길고 강렬하다. 흰 양떼구름은 해 길벗이 된다. 해를 향해 하얀 조각배다. 동그란 해를 태워 글대며 파란 하늘을 건너간다. 사람의 시간이 아침에서 저녁까지 동일하게 존재하듯, 해의 길도 진리라, 언제나 동일한 루트가 정해져 있다. 동쪽에서 서쪽. 흰구름이 없을 때 해는 홀로, 의연하게, 하늘르듯 흐르듯 유히 떠 다.


하늘에 먹구름이 낄 때도 있다.


엷은 먹구름이라면 도반이 고 당기며 갈 텐데, 그러나, 막무가내로 검은 심술을 부릴 , 그땐 어찌하나. 무서운 호랑이 굴 속으로 들어가그냥, 자취도 안 남긴 채 해는, 먹구름 속으 들어간다. 그건 해의 고단수 부림이다. 럴 때 우린 해를 볼 수 없. 해가 어느 길즈음에 우회하고 있는지, 사람 알 수 없다. 그저 해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시 빠꼼히 해가 나올 땐, 나이스, 하며 블루 스카이높이 뜬  샤인을, 사람들 나이스하게 반긴다. 바다에도 우회로가 있다. 높파도가  때면, 가던 길을 돌아와 그냥, 정박. 뱃길이 지워졌으니, 온갖 발목을 꼭 붙들어 맨다. 건 바다의 우회로다.



공사 중인 길에서
우리는 우회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위에도, 공사 중인 도로는 어디에나 다 있다. 길을 다시 깔기 위하거나, 움푹 파인 곳을 다시 메우기 위하거나, 땅바닥에 노랑 하양의 흐려진 경계선을 명백히 그릴 때, 모든 자동는 우회로 돌아간다.


본말을 위해, 글길의 우회로를 돌았다.


사람의 관계에도 우회로가 존재한다. 하늘, 바다, 도로 위의 우회로에 비해 좀 복잡해서 풀기도 난해하다. 깨거나 붙이거나 메우거나 선을 그어야 할 모든 공사의, 시작점부터 끝점까지  홀로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도 근래에 그런, 우정의 우회로를 선정해야 할 기로에 맞닥뜨렸다. 가끔 주변 해변이나 숲길을 워킹하고, 때로 서로의 집에 초대하여 정성껏 요리한 음식도 나눠먹던 그녀가, 나의 문자에 닷새동안 답을 주지 않았다. 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 5일째 되던 수요일 날 답이 왔다. 여행 중이어서 답을 빼먹어 미안하다고 했다. 월요일 날 귀가를 했단다. 마침 그 이튿날 가까운 벗들과 밖에서 브런치를 하기 해서, 나의 답글을 읽은 그녀도, 명쾌하게 조인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튿날 내가 전화한 아침에 잠깐 나눈, 그녀의 통화음색이 딴 사람 같았다. 행여 그녀에게 차가 없으면 내가 픽업을 갈까 해서 걸었다. 끔 그녀 남편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에서 듣던 제삼자가, 그녀 전화목소리에서  기운이 돈다고 했다. 그리고 몇 분 후, 갑자기 딴 일이 생겼다며 모임 중에 문자만 하고 그녀는 불참했다. 울감이 심해졌나. 아님 뭔가. 다른 국적의 문화차이라 치긴, 그녀가 좀 심했다.


내 딴엔 음으로 양으로 맘껏 알뜰살뜰 그녀를 챙겨 왔는데, 그녀도 베프라며 생글거렸는데, 불현듯 냉기가 감도니 난감다. 하늘로 치자면, 먹구름이요, 바다로 빗대볼라치면 풍랑이며, 길 위에선 노란색 경계선이 불분명한 상태다. 그녀와 나 사이의 벗길이 불현듯 요원하다. 어디에서 잘못된 건지,  모르겠다. 그러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사구간도, 우회선 아직은 섣불리 정하지 못하겠다. 뜨지 않고 침착하기로 한다.  자신의 자아와 먼저, , 깊이 있게 상의해 봐야겠다. 마나 걸릴지 모르겠으나, 나의 자아를 튼실히 공사한 후 우회로를 정하려면, 시간이 요할 것 같다.  였다면 쿨하게 돌아서주마. 너의 사연이 있을 .


우선 하늘 한 번, 바다 한 번,
쳐다본다. 스흡, 푸른 공기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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