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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나네 Sep 08. 2023

그래, 멀리 보고 가볍게 가자


문화차이일까.


한국에서 살 때, 혹은 한국에 가끔 들어을 때, 글 선배들의 애정을 과분하게 받았었다. 그분들은 과일바구니로, 미군부대 피자로, 한 끼 밥으로 내가 살아가는 데 힘을 보태어주었다. 신도시 3층 아파트에 살 부터 내려오라고 전화를 하, 세포마다 즙이 몽글탱글하게 인 특급 복숭아 박스를 건네주었다. 또 다른 선배는 꽤 자주, 용산 미군부대 데리고 가식 뷔페를 사주셨었다. 함께 초대받아 가 의 고정 멤버가 있었다. 정기적으로 생일날 밥을 함께 먹고, 선물을 서로 주고받았었다. 내가 가장 어린 애송이었다. 선배는 미군부대에서 피자를 공수하여 오는 날, 우리 집 앞에 들러서 피자 건네주 다. 쿡식 피자판은 더 크고 좀 더 짠, 대륙의 맛이었다. 다른 선배는 꽁보리밥집이나 엄청 매운 유정낙지집에 데려가서 밥을 사주다. 난 추석과 설날이 되면 랑한 오색떡을 보자기에 싸정성을 표하였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하마 이십년 전의 이야기가 되었다. 그중 존경하던 한 분은 오래전 작고하셨으니, 세월 참, 무심하다. 세월만 그럴까.  나도 어지간히 매정하다. 몇 년 전 사랑하는 나의 그를 떠나보내고 나서는, 정기적으로 주고받던 소식들이 힘없이,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거기엔 코로나 19도 하나의 럴싸한 핑곗거리에 든다. 각이 엉키거나 깊어질수록 통이 심해지는 일도 내가 어쩔 수 없는,  다른 다. 생명처럼 붙잡고 써오던 여러 문학지 글과도 시나브로 게 되고, 요즈음은 여기 브런치에만 가볍게 글을 올린다. 


문화차이 맞다.


여기서 회지 쪽에 살 때 한국사람들만 만나다가, 7년째 살고 있는 이곳에선 주로 호주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우정을 이루고 살면서도, 도회지 쪽에서 내 나라 사람들과 정담을 나눌 때처럼, 생일선물을 고정으로 주고받는 일 뜸하다. 함께,라고 하기엔 아직, 동서양의 우정이 여물지 못하여서일까. 뭔가 내쪽에서만 내어주던 일방적인 관계였. 처음 여기 와서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 꽃다발이나 한국에서 공수해 온 소품들을 챙겨서 전해주곤 했었다. 초대받아 방문할 때도, 김밥이나 동그랑땡 같은 우리 고유의 핑거푸드를 정성껏 쿡하여 다담다담 싸가곤 했었다. 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날 후덕하시던 글 선배들에 비하여, 여기 호주사람들은 돌려주는 데 인색했다. 아니 인색보다는, 물질의 절제랄까. 그러다 보니 그들을 향한 나의 선물꾸러미가 점점 작아지다가, 요즘은 나도 따로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그들에게 전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기서도 물론, 코로나 19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곳 사람들 생활방식이도 하다. 물을 받았다고 해서 공식처럼 드시, 되주는 일은 잘하지 않는다. 마음에 우러나 주고 싶을 때 마음의 선물을 전한다. 시시각각 사계절이 자유한 그들의 옷차림처럼, 선물도 그렇다. 하지만, 여기서 내 딸네 직장에선 동료들끼리 서로 공평하게 돈을 거둬서 선물을 주고받고 먹방 파티를 하는 걸 보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나도 가볍게 살기로.


그저께 꽃을 선물로 들고 온, 호주친구 둘과 우리 집에서 비빔밥을 해 먹고 있었다. 한국 요리가 배우고 싶다고 해서, 우리 집으로 초대하였다. 난 동그랑땡 두 배 크기의 납작한 해물야채 부침개를 동그랗게 부치며 직접 시범을 보여주었다. 참기름과 깨소금과 맛소금으로 밑간을 해서 오뚜*표 부침가루로 부쳤다. 그녀들도 한국참기름의 고소함을 이미 인지하고, 각자의 부엌에 한 병씩 갖추고 있었다, 신기하고 가웠다. 비빔밤을 주메뉴로 우리의 음식을 함께 해 먹으며 동서양의 우정을 고소하게 익혀가고 있는데, 옆집할아버지가  딸랑딸랑, 우리 집 종을 흔들었다. 그는 커다란 쇼핑백을 들고 었다. 쉿, 내가 문을 열자 손가락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내 입을 틀어막았다. 10월 6일이 할머니 생신인데 평소 그녀가 사고 싶어 하던 핸드백을 그가 사서, 우리 집에 겨두려고 들고 왔다. 깜짝 프트깜찍하게 꿈꾸는 소년 같은 아버지, 가 귀여웠다. 그와 나는 그녀를 공통분모로, 서로 키득키득 웃고 그가 돌아갔다. 그녀의 생일날을 정확히 알게 된 나는, 요 며칠 동안 고심을 해보았다. 나의 절친, 옆집 할머니의 생일선물을 챙겨드릴까, 말까, 하고. 선물도 기브 앤 테이크인데 일방적으로 주기만 하다가는, 결국 내가 맥이 빠질 것 같아서 그냥, 안 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우리 두 사람 사이의 우정을 더 오래가도록 할 것 같아서다. 선물도 절제가 필요할 것 같아서다. 나의 속마음한테 대고 난 이렇게 속삭였다.


그래, 멀리 보고 가볍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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