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되지 않은 곳을 방문하려 합니다.
신이 있다면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제 주제넘음을 용서하소서.
은혜 자신에게는 그저 장신 도구일 뿐이었던 십자가를 소중하게 꽉 쥐었다.
꽤 오래전 바티칸에서 구매한 작은 십자가 목걸이는 늘 서랍 속 장신구함에 방치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은혜의 목에 걸려있었다. 그것이 있는 것만으로도 은혜에게 위안을 주었다. 그만큼 은혜가 기댈 곳이 없었다. 이런 문제를 대체 누구와 상의한단 말인가!
은혜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수면 상태에 돌입했다. 그리고 무사히 꿈속 세계에 안착했다. 이제 공간을 바꾸면 된다. 내 꿈과 그의 꿈이 만나는 선, 그 교집합 속에 살짝 발을 디뎠다. 스르륵 그의 꿈에 스며든다. 공간이 살짝 울린다. 그 순간, 꿈의 주인공인 그가 두리번거린다. 이런, 눈치채지 못하길 바랬는데... 그의 꿈은 온통 어둠, 회색이 빛으로 보일 정도로 흑백의 세계다. 그는 분명, 꿈을 자주 꾸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장식이 전혀 없는 공간, 그는 대부분 이곳에서 잠들어 있기만 했겠지.
"누구냐?"
날카롭고 거친 목소리가 공간을 울렸다. 꿈속에서도 줄곧 잠만 잤을 터인데, 씩씩하기도 하지, 그는 예민한 사람이었다. 침입자를 금방 눈치챘다. 꿈속에서도 자아가 강한 사람이었다.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되는데...
은혜도 강하게 맞받아쳤다.
"네 이놈!!"
이 곳의 모든 것을 자각하고 있는 것은 은혜뿐, 그 이점을 최대한 살려 그를 눌러보기로 했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감히, 신의 정체를 묻는 것인 게냐!"
그는 열심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은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이 공간이 이상하다는 걸, 현실이 아니라는 걸 철저히 느끼게 한 후 등장할 예정이었다. 은혜는 꿈속 공간에 불을 지폈다. 활활 불이 타오르고 열기가 오르자, 그는 꽤 당황한 듯 보였다.
"여기가 어디..."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은혜는 무기인 줄을 펼쳐 그를 휘감았다. 놀란 그의 비명 소리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은혜가 답변했다.
"지옥이다"
뜨거운 불에, 살짝 몸이 닿은 듯 그는 온몸을 뒤틀었다. 불이 그를 에워쌌다. 살 끝을 태우는 듯한 뜨거운 고통이 그를 지배했다. 이윽고, 그는 줄에 몸이 묶인 채, 은혜 앞에 무릎을 꿇고 몸을 덜덜 떨었다. 통했다! 은혜는 안도했다. 그리고 표정 관리하는 데 힘썼다. 은혜의 얼굴은 표정 없이 권위만 가득해야 한다.
"나는 지옥의 집행자다. 너를 죽일 것이다. 저항하면 할수록 고통스럽게."
그의 눈이 공포로 가득 찼다.
"두려워 마라. 얌전히 죽으면 다시 살 것이다."
은혜는 마무리 작업에 돌입했다. 꿈을 잊고 있되, 다시 꿈을 꾸면 이 모든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도록 그에게 최면을 걸었다.
"며칠 후, 너에게 받을 빚이 있는 자가 나타날 것이다. 저항 없이 죽으라. 그리하면 지옥불의 고통을 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