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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Jun 26. 2024

중소기업 회식의 비애

회식메뉴 정하기


우리 회사는 어쩌면 회식을 지양하는 문화의 회사들이 많아지는 트렌드를 거의 맨 앞에서 이끌었다고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이 회사는 '점심회식'을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난다. 술을 강요하지도, 회식자리를 자주 만들지도 않는다.


이런 회사에서 '회식'을 하는 이유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누군가 그만두거나, 새로 왔거나. 사실 새로 온 것보다 누군가 떠날 때 생기는 회식자리가 더 많기도 하다. 회사의 전 직원이 모이는 회식자리는 그래봐야 1년에 한 번 정도이다. 회식자리가 귀하다 보니, 이때만을 기다렸다며 신나서 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긴다.


이유야 어떻든 가뭄에 콩 나듯 잡히는 회식날짜가 정해지면 '중소기업 회식의 현실고민'이 시작된다.




출처 : MBC 무한도전 온라인 펌


중소기업의 회식은 마치 팽팽한 줄다리기 같다.


예산을 생각한 1차와 2차 메뉴를 고심하는 회사, 그리고 신나게 먹고 마실 상상을 하는 직원들.

이때 이들의 머릿속에 잠시 들어가 메뉴구성을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시큰해진다.


치킨과 회, 삼겹살과 소고기, 족발과 양꼬치


예산 차이가 어마어마한 현실을 마주해야한다.


회식장소로 치킨과 족발집이 입에 오르내릴 때, 누군가 핀잔을 주듯이 한마디 얹는다.

아무리 그래도 일 년 만에 회식인데 치킨은 좀 심했지.

 

이 줄다리기는 결국 어느 중간지점에서 만나서 대립을 끝내곤 한다.

예를 들어, 가성비 좋은 샤부샤부나 무한리필 고깃집 같은...




사실 회식자리가 시작되고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무엇을 먹던지 상관없다. 무한리필 삼겹살이면 어떠하고, 동네 치킨집이면 어떠한가.



음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리가 중요한 시간이니까. 회사가 아닌 자리에서 힘들었던 이야기에 공감도 하고, 다 같이 욕도 해주며 조금 더 가까워졌으니까. 술기운을 빌려 상사에게 하고 싶었던 마음속 이야기를 슥 흘려보낼 수 있었으니까.



그저 대감집에 다니는 남편이 회식으로 한우나 참치회를 거하게 먹고 오던 날이면, 우리의 회식 메뉴 전쟁이 떠올라서 마음이 조금 아팠을 뿐이다.  



빵빵한 재력이 없는 회식을 중소기업의 비애라고 풀어냈지만, 사실은 좋은 사람들과 더 맛있는 것을 맘껏 누리지 못했던 아쉬운 마음이 진짜 비애이다.



중소기업을 모두 같은 특징을 가진 '한 묶음'으로 정의할 수 없다. 5인 미만의 소기업, 50인 이상의 중기업 그리고 대대손손 이어져온 가족기업과 제대로 된 스타트업까지 천차만별의 회사들이 모두 포함되기 때문이다. 나의 이야기로 중소기업을 일반화시키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은 50인 미만의 적당한 업력을 가지고 있는 젊고 평범한 모습의 회사이다. 아, 물론 여러 국적의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조금 특이한 점도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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