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이 단 둘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었고 나도 남편처럼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다. 남편은 크록스가 닳아 구멍이 뚫릴 정도로 신나게 여행을 다녔으니 참으로 멋진 청춘 아닌가.
휴가 이틀 전에 비행기 표를 예약해서 무작정 베트남으로 떠났던 적이 있다. 갑자기 부랴부랴 짐을 싸서 해외여행을 떠나는 우리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굉장한 반응을 보였다. 진짜 가는 거냐, 베트남이 옆 동네냐, 숙소는 예약을 했냐, 아이가 없으니까 가능한 삶이구나.
그렇다. 아이가 있었다면 상상도 못 했을 일들이다. 숙소고 뭐고 어떠한 계획도 없이, 마음이 동하면 즉흥적으로 훌쩍 떠나는 자유 여행은 우리와 잘 맞을뿐더러 상상을 초월하는 활력을 준다. 낯선 타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움을 즐겼던 그 시간들은 몹시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다.
'결혼한 지 삼 년 정도 지나면 둘이 있는 시간들이 지루해지고 점차 아이를 원하게 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 후로 조금만 무료함이 생기면 '혹시 사람들이 말한 상황이 이런 건가?'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남들의 말에 나의 마음을 끼워 맞추는 괜한 걱정이었다. 결혼 오 년 차이지만 의견과 손발이 척척 맞는 나의 짝꿍 덕분에 무료함 따윈 전혀 없다. 우린 여전히 즐거운 이인 가구이다. 편의점 투어하기, 드라마 몰아서 보기, 공원 걷기 등의 소소한 일상에도 흥이 넘친다. 남을 부러워하지 말고 매사에 감사하며 오늘을 즐기자는 인생 모토를 잘 실천하고 있다.
보통 난임 부부라고 하면 안타까운 점들만 앞세우는데 난임 부부에게도 장단의 양면성은 존재한다. 우리에게는 아이가 없어서 누리지 못하는 기쁨이 있고, 아이가 없기 때문에 누리는 기쁨도 있다. 아이가 없는 삶은 부부가 온전히 서로에게 마음을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둘이 살아도 집안일은 끝이 없지만 그래도 혼자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다. 보고 싶은 사람들을 비교적 자유롭게 만날 수 있는 점도 좋다. 크록스가 마모되어 구멍이 뚫릴 정도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 또한 큰 장점이다.
반면 아기 천사가 찾아오면 정 반대의 행복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인내하고 포기해야 되는 것이 많더라도 아이 자체로 축복과 기쁨을 누리는 삶. 그 또한 기대된다.
지금은 나로서 온전히 누릴 수 있는 사랑과 행복에만 집중해 보련다. 엄마가 되지 못하더라도, 엄마가 되더라도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