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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호 Mar 21. 2018

사당정거장안내

아침. 출근하며 쓴 문장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지하철 환승 구간 사이. 지명과 지하철역 개통에 대해 간략히 적은 현판이 있다. 현판이 있었다는 사실 조차 알지 못하고 출퇴근길 몇 달째. 의식 없이 던진 시선의 모서리에 기둥 한 공간을 무심히 채운 현판이 있었다. 현판엔 뻔한, 그렇고 그런, 잘 기억나지 않는 단어들이 널브러져있다. 블라블라블라.

입지현황.

이 곳에 큰 사당이 있었다고 해서, 사당동.

지금은 사라졌지만, 동물원을 소재로한 벽화가 있었다는 얘기. 기타등등.

한낮의 불꽃놀이처럼 부질없겠다만, 한때 말갛던 현판의 그 때를 떠올려봤다. 갓 달궈져 쎄한 쇠 냄새 풍기던 현판이었으련만, 지금은 툇방 늙은이 신세다.

퇴근길. 내 뒤통수에 있을 현판은 시선에 닿지 않아 떠오르지 않겠지. 띄어쓰기안되어있는‘사당정거장안내’문구는퇴근길내발걸음같다.그것만맘에든다.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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