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메커니즘]03. 사랑과 섹스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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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 : 사랑과 섹스 ② 섹스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와 무지)
■ 섹스는 사랑이 아니다. 단지 사랑으로 착각될 뿐이다.
섹스를 사랑이라고 느끼는 것이 너무 당연해서 이것이 오해라는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말을 설명하기 위해 먼저 섹스와 관련이 있는 '몸'에 대해서 살펴보자.
우리의 몸에서 온갖 종류의 감정, 분위기, 욕망, 민감함을 느끼는 곳은 '감정센터'다 감정센터는 인류의 절반이 정의되어 있고, 정의된 감정센터에서 생산되는 감정 파동은 그 어떤 것보다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감정 미정에게는 그것이 크게 증폭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어쩔 수 없이 끊임없이 위아래로 출렁이며 희망과 고통을 오고 가는 감정 파동의 영향을 주고받는 환경 속에 저절로 놓이게 된다. 특히 감정센터에서 느끼는 오만가지 감정중에 '이 사람하고 꼭 있어야 해' '저 사람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아'와 같은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충동, 끌림을 경험하게 되기도 한다. 이 강렬함의 실체는 다름 아닌 두 사람이 만날 때 생성되는 감정 파동의 화학물질(chemistry)이다.
우리는 흔히 잘 어울리는 커플을 가리켜 '케미'가 잘 맞는다라는 말을 하는데 여기서 '케미'는 두 사람의 화학물질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의미다. 즉 섹스는 감정 파동의 화학물질이 연출한 감정센터의 산물일 뿐이다. 감정센터의 산물인 섹스는 감정적 흥분, 감정적 오르내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삶에서 서로를 너무나 간절히 원하게 되는 경험들은 언제나 눈을 멀게 할 정도의 충동으로 느껴지는 강렬함으로 느껴지기에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너무나 쉽게 착각하며 살아온 것이다. 즉 이렇게 강렬한 감정적 경험들을 사랑이라고 착각한 나머지 섹스가 사랑이라는 등식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섹스는 사랑이 아니다. 단지 사랑으로 착각될 뿐이다.
인간의 섹스는 전적으로 감정에 의해서 지배되며, 인간의 섹스는 감정센터에서 이루어지는 감정적 스파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섹스의 실체는 우리 몸에 각인된 유전적 역할이다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우리가 이성 간의 '사랑'이라고 간주해오던 성(sexuality) 은 유전자가 우리로 하여금 어떤 삶을 살도록 명령하는가에 대한 문제, 즉 유전적 긴박함(genetic imperative)의 문제다.
즉 섹스의 실체는 유전자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유전적 필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우리 몸에 있는 유전자의 제1 미션은 바로 이것이다. '더 많이 섞여서, 더 많이 창조하고, 더 많이 생산하라'. 한 마디로 말해서 멸종되고 싶지 않으면 '번식(reproduction)'하라는 것이다.
오로지 종의 번식을 위해 작동하는 유전적 필요는 '다양성'과 '다름'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끌어당긴다. 서로 다른 것에 충동적으로 끌리는 유전체는 그냥 설레고 흥분되고 충동을 느끼면 그만인 것인데, 이러한 유전자의 충동은 모르는 사람과도 잠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추진력이 되기도 한다. 어쨌든 이러한 유전자의 미션이 없었다면 인간이라는 종은 결코 지금처럼 이토록 번성하지 못했을 것이다.
유전자가 우리 몸에서 이러한 지상 명령을 수행하는 동안, 정신적 수준에서 우리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느끼게 된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나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다'라는 수동적 표현을 곧잘 쓰게 된다.
결론적으로 섹스는 우리 몸에 기계적으로 각인된 유전적 역할이다.
■ 성(sexuality)은 윤리영역이 아닌 메커니즘 영역
게다가 몸에서 유전자가 하는 일은 우리가 마인드로 생각하는 것과는 아주 무관하며 또한 의식적으로 알 수도 없는 영역이다. 그래서 성은 마인드로 통제할 수 없는 '메커니즘'이이다.
즉 인간의 성(sexuality)은 윤리적인 영역이 아닌 메커니즘적 영역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대학시절 '섹스는 섹스다'라고 주장했던 그녀에게 가했던 나의 소리 없는 혐오와 비난은 철저한 나의 무지 때문에 발생한 실수였다. 그녀의 유전자가 명령하는 성 메커니즘이 무엇인지 알기 전까지 그 누구도 그녀를 비난할 권리를 가진 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
'섹스는 섹스다'라고 용감하게 외쳤던 그녀가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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