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은 곧 회사다
나무연필이라는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마케터이자 경리 담당자이자 청소부이기도 한 저는, 종종 프랑스 루이 14세의 "짐은 곧 국가다"라는 말을 패러디해서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짐이 곧 회사다!" 이 말인즉슨 작은 출판사의 최고 경영자 권한으로 누가 뭐래도 꼭 내보고 싶었던 책을 낼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잘 팔려도 제 책임, 못 팔려도 제 책임입니다. ^^
고백하자면, 저는 자칭 '도서관 오타쿠'입니다. 해외여행을 다닐 때마다 도서관에 기웃거리는 일을 15년가량 해왔습니다. 여행을 가서까지 도서관에 갈 정도로 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라고 답하겠습니다. 도서관이란 여행자에게 무료 쉼터가 되어주기도 하고, 현지 정보를 캐내는 데 적절한 창구이기도 하며, 여행지에서의 저녁 시간을 색다르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 와중에 마음 내킬 때면 책 구경도 실컷 합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도서관을 다니다 보니 국내외의 사서 선생님들과도 인연이 생겼고, 종종 도서관 관련 글을 쓸 기회도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찍고 갈무리해둔 해도 도서관 사진들만 해도 3000여 장이 넘더군요. 예. 누가 알아줄지 모르겠지만, 저는 분명 도서관 오타쿠입니다.
도서관 오타쿠이기에, 도서관 관련 책을 꼭 내보고 싶었습니다. 자칭 오타쿠이니 눈높이가 높아서 필자를 찾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좋은 필자가 어딘가엔 있는 법이지요. 자신의 블로그에 온통 세계의 도서관 이야기들을 갈무리해두신 분을 찾아내고서 이거다 싶었습니다. 현재 서울의 도곡정보문화도서관 관장님이신 조금주 선생님이 바로 그 블로그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필자의 블로그를 둘러보실 분은 이곳을 클릭해주세요!)
전 세계 사람들이 만든 책의 집 좀 구경하실래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은 그렇게 도서관 이용자 오타쿠와 도서관 사서 오타쿠가 의기투합해서 만든 책입니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총 14개국 48개 도서관을 살펴본 이 책에는, <세상에 이런 일이>를 패러디해 <도서관에 이런 일을>를 찍어도 될 만큼 다양한 세계 도서관의 현장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긴 말보다 맛보기로 몇몇 사진들을 보여드리지요.
이곳은 어린이집일까요?
햇살 가득 내리쬐는 장난감 가득한 이곳, 아이들이 좋아하겠지요!
미국 최초의 가족 공간 도서관, 미국의 미들 컨트리 공공도서관입니다.
외국의 멋진 오픈 키친 같지요?
이곳에서는 마음껏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답니다!
10~13세 아이들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 스웨덴의 티오트레톤입니다.
온갖 만들기 공구가 가득하네요!
실패해도 괜찮아요. 여기 있는 공구를 이용해 뭔가를 마음껏 만들 수 있는 곳이에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누구든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 미국의 마틴 루서 킹 주니어 기념 도서관에 있어요.
뭔가 재미있고 발랄한 느낌이지요?
여긴 만화책 서가예요. 룰루랄라 킥킥대며 책 읽을 맛 나겠지요!
프랑스에 놀러가시면, 퐁피두 센터 안에 있는 공공 정보 도서관에 한번 들러보세요.
우아한 조각 작품이 있는 곳에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고전에서 현대물까지, 단행본에서 잡지까지, 없는 게 없답니다.
기품 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전통 있는 도서관, 미국의 보스턴 애서니엄입니다.
고래 뱃속 같은 책의 집도 있어요!
고래 갈비뼈 같은 원목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책을 구경하면 어떤 기분일까요?
노르웨이의 작은 도시 베네슬라에 있는 베네슬라 도서관이에요. 멋지지요?
이곳은 책으로 만든 커다란 산이에요.
서가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오른답니다. 정상에는 멋진 카페도 있지요.
네덜란드에 있는 인구 7만의 작은 도시 스페이케니서에 있는 드부켄베르흐, 책의 산이라는 뜻의 도서관이에요.
오타쿠의 모험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사진 몇 장으로 눈호사 좀 하셨지요? 책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면, 도서관의 매력에도 한번 흠뻑 빠져보세요. 도서관을 독서실이나 도서 대여점쯤으로 여기셨던 분이라면, 도서관에 또다른 가능성이 있다는 걸 한번 목격해보세요. 『우리가 몰랐던 세상의 도서관들』이 여러분의 좋은 안내자가 되어줄 겁니다.
도서관 오타쿠로서 이런 책을 만들게 된 건 참 행운입니다. 즐기며 일하는 기쁨을 누린 책이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가 또 다른 방면의 오타쿠예요. 제가 말이죠, 제가 말이죠, 사실은... 서울에서 양봉을 배운 꿀벌 오타쿠거든요. 그리하여 저와 같은 꿀벌 오타쿠를 결국 또 한 사람 찾아냈습니다. 서울에서 벌을 치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내년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오타쿠의 책 만들기는 이렇게 계속됩니다. ^^
이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은 스토리펀딩의 "모험을 시작한 작은 책들" 프로젝트와 함께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링크를 참조해 주세요. 작은출판 컨퍼런스의 참여권은 펀딩을 통해 구매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