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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니홉 Oct 22. 2024

초밥에 진심인 자, 초밥 맛집을 발견하다.

우연히 방문한 일식집의 초밥이 정말 맛있어서 놀라다.

  우리 가족은 모두 초밥을 좋아한다. 여보와 내가 초밥을 즐겨 먹으니 첫째도 초밥을 좋아하게 되었고, 둘째도 초밥 먹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가족은 주로 '스시로'에 가서 초밥을 먹는다. 회전하는 접시 중에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고, 태블릿으로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주문해서 먹는 재미로 간다. 그 식당이 있는 건물의 지하에 '영풍문고'가 있어서 식사 후 서점을 둘러보는 코스로 거의 패턴은 비슷하다.


  이렇게 초밥을 즐겨 먹다 보니, 아이들이 클레이를 가지고 집에서 놀 때 초밥을 만든 적이 있다. 많이 먹어봐서인지 만든 작품이 실제 초밥과 흡사하여 감탄한 적이 있다. 그때 사진을 찍어 남겨 두었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만든 초밥을 뿌듯해하며 만든 초밥으로 초밥집 놀이를 하고 있다.

  "무슨 초밥 만들어 드릴까요?"

  "음, 저는 연어초밥이랑 문어초밥 주세요."

  역시 사람은 경험하면서 배운다. 특히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확장해 나간다.


  일본에 여행을 가서 정말 맛있는 초밥집을 방문하고 싶다. 예전에 사포로, 오타루 쪽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오타루에서는 정말 고급진 초밥을 먹었었다. 그다음 날 사포로 시내로 이동하여 또 초밥을 먹었는데, 오타루에서의 그 맛과는 천지 차이였다. 이렇게 초밥을 먹다 보니, 초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서 정말 맛있는 초밥을 먹고 싶어 한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된다면 일본 여행을 가서 그 지역의 가장 유명한 초밥 장인이 만든 초밥을 먹고 싶다. 초밥에 대하여 진심인 가족이다.


  어느 날 가족들이 저녁 초밥을 먹고 싶다고 한다. '스시로'를 가기에는 차가 막히는 시간이라, 집 인근의 일식집을 검색해 본다. 우리 집에서 5~10분 거리에 일식집이 하나 눈에 띈다. 가게 이름은 '이한'이다. 평을 보니 초밥이 맛있다고 한다. 5시에 저녁타임 오픈이라 식당에 가면 시간도 맞을 듯하다. 우리는 얼른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였다. 밖에서 보기에는 정말 허름한 선술집 느낌의 모습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사장님이 장사를 준비하다가 우릴 맞이한다. 가게 내부는 테이블이 몇 개 있고, 오픈 주방에, 칵테일 바처럼 되어 있다. 우리는 편한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본다.


  '사장님 혼자 운영하니 음식이 늦게 나올 수 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보인다. 우리가 음식을 고르는 사이에 포장 주문을 한 손님이 와서 기다린다. 우린 초밥, 사시미, 회덮밥 등을 주문하고, 배가 고파서 음식이 빨리 나오길 바란다. 사장님을 관찰해 보니 손이 빠른 것 같지는 않다. 포장 주문을 다 하고 우리 것을 할 테니 더 늦지 않을까? 괜히 이곳에 와서 먹으려 했나? 식당보다는 술집에 가까운 음식점에 괜히 애들과 함께 왔나?


  샐러드를 야금야금 먹으며, 물을 홀짝홀짝 마시며 주문한 음식을 기다린다. 드디어 우리의 음식이 하나씩 우리 테이블에 놓아진다. 사사미, 회덮밥은 맛있지만 평범했다. 그런데 초밥을 하나 입에 넣는 순간 '우와! 초밥이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단 말인가!' 밥알의 알맞은 씹힘과 생선의 신선함, 밥과 재료의 조화로움 속에서 초밥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꽤 오랜 기다림 속에 불평 가득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아내린다. 프랜차이즈로 대량 만들어지는 초밥이 아니라, 장인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수제 초밥은 이런 맛이 나는구나!


  초밥에 감탄하며 하나씩 음미하며 먹고 있는데, 네 명의 아줌마 무리가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바에 앉는 걸 보니 단골손님인 듯하다. 그들의 이야기를 살짝 엿들어보니,

  "여긴 예약 안 하고 오면 자리가 없어."

  "음식 다 맛있어.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봐."

  그 후로도 손님이 계속 들어온다. 숨겨진 초밥 맛집을 오늘 찾은 듯. 가게 분위기와 음식 나오는 시간에 다소 실망하였지만 이토록 맛있는 초밥을 먹게 될 줄이야!


  "나중에 애들 좀 더 크면 여기 걸어와서 한 잔 하며, 밥 먹으면 참 좋겠다."

  "그러게. 우리 집에서 충분히 걸어올만한 거리인데. 와서 소맥 한잔 마시고 초밥 먹으면 꿀맛이겠는데."

  보석 같은 사람은 걷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걸어와서 반주와 함께 초밥을 먹고 다시 집에 걸어갈 때는 소화시킬 겸 태화강 산책 겸 멀리 둘러서 가면 좋을 듯. 배불리 먹고 알딸딸한 기분으로 손을 잡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걷는 상상을 하니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하는 맛집을 발견하는 건, 소풍날 보물찾기 시간에 보물쪽지를 찾은 기분이다. 찾는 순간 '오예!'를 외치면서 눈에 보이는 보물쪽지를 주워 양손을 높이 들던 아이처럼. 뜻하지 않고 기대하지 않았는데, 우연히 찾아간 음식점이 숨은 고수의 맛집이라니! 이 집의 초밥을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다. 다시 또 찾게 될 것 같은 강한 예감이 든다. 부디 오래오래 가게가 운영되기를 바란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음식점을 기억하고 찾아가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다. 울산 동구 꽃바위에 '동해반점'은 내가 총각 때 자주 가던 곳이다. 그곳에서 자취를 할 때 혼자 가서 먹고, 여보와 연애를 하면서는 둘이 가서 먹었다.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고는 네 명이 가서 먹는다. 우리 부부는 볶음면, 아이들은 유니짜장. 그곳 음식은 그렇게 우리 가족의 동구 나들이 아지트가 되었다. 성남동에 한 할머니가 운영하던 불짬뽕집이 있었는데, 우연히 찾아가 맛보고 반해 버렸다. 자주 갔었는데 어느 날 그 가게가 문을 닫아 서운한 마음을 금하지 못하였다.


출처: 블로그, 싱싱님 일상

  '이한' 일식집에 우리 가족이 와서 먹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우리 부부 둘이서만 와서, 바에 앉아 오붓하게 즐기는 식사와 술. 아이들이 장성하여 어른이 되어 음주가 가능한 나이에 네 식구 다 같이 잔을 부딪히며, 가족식사를 하는 모습. 이 가게 사장님이 오래오래 가게를 운영하면 좋겠다. 혹시나 가게를 옮긴다면 그곳으로 찾아가는 수고를 감수하며 초밥을 먹으러 갈 것 같다.


  사장님은 무협지에 나오는 무림의 숨은 고수와 같은 '초밥왕'이었다. 직장 동료들에게도 소개해 주었다.

  "혹시 가족들이 초밥 좋아하세요?"

  "우리 집은 애 아빠가 초밥을 엄청 좋아해요."

  "그럼. '이한' 여기 한 번 가보세요. 정말 초밥이 퀄리티가 달라요. 만족하실 거예요."

  그 후, 식당에 가서 초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면서, 소개해줘서 고맙다는 말이 들리면 좋겠다. 하지만 너무 입소문이 많이 나면 안 되는데. 웨이팅이 생기면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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