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beyond eyes May 05. 2021

실무자를 위한 CS 서비스 기획 가이드 (5)

콜센터 조직문화 평가, 과연 필요할까?

들어가기_조직문화 평가에 대한 내 평소 생각 

고객센터 조직문화 평가를 담당하게 된 것은 입사 2년 차였다. 


우선 입사한 회사의 조직문화 평가는 대략 내게 이런 이미지가 강했다. 

규모가 작거나 동료 평가 (Peer-evaluation)가 잦은 외국계 기업 문화에 익숙했던 나는 

회사에서 임원급, 관리자 급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꽤나 딱딱하고 어색해 보였다. 


대대적인 홍보, 거듭되는 공지 메일, 평가 마감이 다가올수록 다급 해지는 인사팀의 개별 메신저까지.

관리자와 임원진들의 리더십 역량과 목표 중심의 팀원 지도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얼마나 평소에 소통과 평가가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기간'과 '격'을 갖추어야만 

일반 직원들의 목소리에 겨우 귀를 기울이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었다. 그리고 이마저도 솔직한 의견을 적었다 괜스레 표적 대상이 되어 인사팀과 관리자에게 불이익을 받진 않을까 걱정하는 직원들도 더러 있었기에 조직 문화 평가가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한 평소의 팀 문화, 기업 문화란 무엇인지 나름의 고찰을 했던 것 같다. 


본론 1_인바운드 콜센터에 조직문화 평가? 말이 된다고?

그렇게 조직문화 평가에 회의적이었던 내가 고객센터 관리자가 되어 고객센터, 콜센터, 도급사의 조직문화 평가를 진행한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아니, 이것 또한 선심성 행사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콜센터들의 실적 압박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홈쇼핑은 그 어떤 콜센터보다 '인콜'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곳이다. 

아웃 바운드 (Outbound-call,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거는 행위)콜을 통한 영업이 주가 되는 보험사 또는 통신사와 달리 주문 의지를 가지고 있는 고객이 스스로 전화를 거는 '인콜 (Inboun-call의 줄임말, 고객이 직접 고객센터로 전화를 거는 경우)'을 최대한 놓치지 않는 것이 홈쇼핑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홈쇼핑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상담원을 통한 주문 전화는 여전히 전체 주문 인입 비중의 30퍼센트를 상회하고 있으며, 30퍼센트가 넘는 ARS 주문 인입 비중 중 절반 이상이 상담원으로 다시 전환되는 콜이기 때문에 홈쇼핑 사에서 인콜에 대한 압박이 얼마나 강할지는 대충 짐작해볼 수 있다. 

 

따라서 주문 호황기의 인콜 실적에 대한 압박은 더욱 강해진다. 

고객센터가 관리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에는 논 서비스 콜(고객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지만 대기자가 많아 상담원에게 까지 연결되지 못한 전화)이 있다. 동업계 대부분은 전체 인입되는 콜 대비 10%~15% 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논 서비스 콜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고객의 주문 콜, 기타 문의 콜을 수신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설 명절과 추석 명절, 기념일이 많은 가정의 달 5월, 더워진 날씨 탓에 에어컨 등 냉방용품의 수요가 늘어나는 7-8월, 온수매트가 잘 팔리는 겨울 등 콜이 과하게 인입되는 계절과 날씨, 시기가 정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실적 압박은 곧 고객센터 내 관리자들의 '싫은 소리'를 배가시킬 수밖에 없다. 

본사로부터 부여받은 고객센터 지표 달성을 위해 관리자들은 연신 '콜을 소화해주세요'라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얼마나 고되고 말하기 껄끄러운 상황이라는 것을 관리자들도 알 것이고 상담사들 또한 이런 것들을 입사 전과 입사 후 교육을 통해 충분히 숙지해놓은 상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박을 받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만으로도 상담사들에게 부담이 될 것이다. 


이런 고객센터의 생리를 깨달은 것이 입사 2년 차가 막 되던 해였다. 

그렇기에  조직문화 평가를 시행한다 해도 절대 좋은 점수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고 구색 맞추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본론 2_고객센터 전용 조직문화 평가, 무엇이 달라야 할까 

입사 4년 차가 된 지금, 그것이 얼마나 기우였고 잘못된 생각인지 깨닫게 되었다. 

상담사들의 권익보호와 근무환경의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지금에서야 

회사가 시행한 고객센터 조직문화 평가가 어떤 의의를 가지고 기획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배움 1. 고객센터의 조직문화 평가는 좋음이 아닌 나쁨을 걸러내기 위함이다 

3년 간의 고객센터 조직문화 평가를 진행해본 결과 어느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객센터 내에도 단순히 인바운드 콜을 처리하는 직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후환 불 처리, 웹 문의 전담 상담사, 강성 CS 처리 건만 처리하는 상담사, 방송 전 사전 모니터링을 점검하는 상담사, VIP만 전담하는 상담사 등 다양한 직무가 존재한다. 때문에 각각에 처해진 상황이 달라 표준화된 조직문화 평가를 시행하게 될 경우 직무, 인원 규모마다 차이점이 있다. 


또한 근무 특성상 일하는 직원들과의 대면보다 고객과의 통화가 근무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우리가 생각하는 '오피스 라이프'의 회사원이 아닌 '실적처리'가 중요한 분들이다. 

때문에 조직문화 평가를 통해 '더 나음'을 찾을 수 있다면 최상이겠지만, 그보다 우선은 '어떤 관리자가 어떻게 상담사들과 소통하느냐'에 있어 소통이 서툴고 표현이 고압적인 사람은 없는지 걸러내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실적 압박이 콜센터 구조상 필연이라 하지만 이를 어떻게 전달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적어도 '관리의 영역'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이는 마치 자식에게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엄마들을 분류할 때 어떤 엄마는 '극성 엄마'스타일로, 어떤 엄마는 '방관형'스타일로, 어떤 엄마는 '지원만 해주는' 스타일로 나눌 수 있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때 우리는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존중하되 '폭압적인 엄마', '자신만의 생각만 강요하는 엄마', '소통 없이 성과만 강조하는 엄마'들은 자식의 정신건강을 위해 별도 케어가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배움 2. 평가 문항에 따라 상담사들의 실제 근무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필자가 속한 회사는 크게 10개의 문항으로 조직문화 평가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중 필수적으로 담겨야 하는 문항은 다음과 같다.  

1. 소통 : 상담사와 관리자가 자유롭게 의견을 서로 개진하는가 
2. 개선 : 상담사가 가진 문제에 대해 관리자가 개선 의지를 가지고 일하는지
3. 지식 : 관리자가 자신의 감과 경력이 아닌 정확한 절차와 지식을 숙지한 채 일하는지 
4. 지시 : 관리자가 상담사에게 업무 목적과 방향을 기반으로 명확한 업무 가이드를 제공하는지 
5. 존중 표현 : 관리자가 반말을 하거나 무시하는 언어를 사용하는지 

고객센터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굉장히 많은 '돌발 상황'이 발생하며 

이런 모든 상황에 대해 매뉴얼화할 수 없는 것들이 많기에 상담사는 대부분 관리자에게 의존하여 피드백을 받고 있다. 프로모션 및 쿠폰 발행, 상품 관련 문의, 취소 처리, 단품 변경 및 인수처 변경, 배송 지연, 규정 외 초리 요청 건, 교환과 반품 번외 케이스, 맞교환 및 선환불 요청 등 수많은 상황 앞에 권한이 적은 상담사는 그때마다 관리자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서 발현되는 관리자의 태도가 상담사의 감정 노동 상태에 피로가 되기도 또는 힘이 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상기 뽑은 5가지의 문항은 직접적이진 않지만 관리자의 민낯을 들여다보기 좋은 문항들이다. 우선 2~4번의 경우, 상담사가 처한 문제 상황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는 동시에 본사 (인하우스)의 KPI를 이해하며 CS를 처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 해결'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문항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상담사가 업무적 판단이 필요할 때, 관리자를 통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절차에 의해 '보호받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소통' 문항의 경우 고객 접점의 최전방에 있는 상담사들의 말에 관리자가 귀 기울이고 있는지를 확인함으로써 단순히 상담만 처리하는 것이 아닌 생각하는 상담사, 내가 제안한 개선 아이디어가 실제 반영됨으로써 성취감까지 얻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항목으로 넣었다. 마지막으로 '존중 표현'은 당연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실적 압박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곤 하는 '과격한 언어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점검 문항이라 할 수 있다. 이 문항들만 가지고도 최소한 '어떤 관리자가 상담사들에게 못되게 굴고 있는지, 월급 루팡처럼 일하고 있진 않은지'를 필터링 하기에 충분하다. 



배움 3. 그 외의 것들 

① 인사고과에 반영하진 말되 페널티엔 포함될 수 있도록 하자 

- 센터 실정 상 조직문화 평가는 고객센터의 관리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때문에 저성과자에 대한 별도 페널티 기준은 마련해두되 이를 정량화하여 정기 인사고과에까지 반영하게 될 경우 관리자의 기상을 꺾을 수 있으므로 수위 조절이 필요하다. 


② 평가 주기는 최소 연 2회, 시기는 고정해두는 것이 좋다 

- 최소 권장 횟수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회씩 진행하는 것이다. 분기 평가 등 평가 횟수가 잦을수록 조직문화 진단이 아닌 조직 검열의 수단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콜이 많이 들어오거나 실적 압박이 강해지는 시기를 제외하고 미리 고객센터의 관리자들과 일정을 조율해 조직문화 평가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관리자가 의식하며 상담사들의 감정 관리를 위해 노력하며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센터 내 사전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치며_콜센터 조직문화 평가의 궁극적 목적은 서비스 품질의 향상 

고객센터의 서비스는 '무형'이며 '사람'에 의해 제공되는 것이다. 때문에 사람의 감정 상태에 따라 우리 회사의 고객이 받는 서비스의 품질 정도가 달라질 수 있다. 

때문에 CS 서비스 기획자는 서비스 품질 지향적인 조직 문화로 발전시키는 미션을 가지며 상담사와 관리자들의 문화적 가치, 개선 등을 인정 및 보상 프로그램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조금 번거로울 수 있지만 우리 콜센터에 맞는 조직문화 평가 도입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이전 04화 실무자를 위한 CS 서비스 기획 가이드 (4)
brunch book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젊은 CX 기획자를 위한 설명서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