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제와 비타민
지난 2022년, 미국 질병예방특별위원회(USPSTF)에서 꽤나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가 흔히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비타민제와 미네랄 보충제에 관련된 내용으로, 비타민, 미네랄 보충제가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기는커녕 오히려 일부 영양제는 오히려 이러한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베타카로틴(비타민A)인데, 이를 영양제로 섭취하면 오히려 폐암 위험을 높인다고 이야기한다. 해당 결과는 미국의사협회학술지인 JAMA에도 실렸다.
특히나 이번 연구는 84편의 논문을 메타분석하였고, 연구에 포함된 인원만 74만 명으로 그 신뢰도가 상당하다.
이러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과거 ‘코펜하겐 쇼크’로 알려진 연구도 이번 연구와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7년 덴마크에서 진행된 연구로, 23만 명을 메타분석한 결과, 비타민, 미네랄 보충제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망률을 높인다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이런 연구결과가 나올 때마다 당황스럽다.
한쪽에서는 평상시 식사로는 비타민, 미네랄을 보충할 수 없기 때문에 보충제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고, 다른 쪽에서는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도 많이 나타나기 때문에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비단 보충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건강과 관련된 주제는 항상 찬반논란이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식을 먹었더니 나았다더라’라는 것과 ‘절대 먹지 말아야 될 음식 5가지’하면서 서로 상반되는 경우도 많다.
식품마다 효과를 보는 사람과 못 보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당연한데, 내 몸이 그 음식을 좋아하면 그 효과는 배가 될 것이고, 내 몸이 안 좋아하면 우리 몸에서 독소, 노폐물 등을 만들어내며 점차 몸이 건강치 못하게 된다.
이 외에도 합성감미료 중 하나인 에리스리톨도 혈액응고와 관련된 혈액수치가 증가할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보고되기도 하였다.
합성감미료가 안전하다고 '아직까지는'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식품이야 우리가 몇십 년, 몇백 년, 길게는 몇천 년 동안 섭취한 음식이라 많은 검증이 이루어졌지만, 합성감미료는 가장 오래된 것이 19세기말에 발견된 사카린이다. 10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아직까지 합성감미료에 대한 논란은 많지만, 합성감미료는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적정량 섭취하면' 우리 몸에 부작용은 없을지 몰라도, 절대 좋을 수는 없다. 또한, 설탕 대신 합성감미료를 찾기 시작하면 오히려 단맛의 역치가 올라가 단맛을 끊임없이 갈구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도 있기에 지속적인 섭취는 권장하지 않는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비타민제를 먹어야 할까, 먹지 말아야 할까.
우선 보충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보면, 실제 우리들의 비타민, 미네랄의 섭취가 부족한 건 사실이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하다 보니 채소, 과일 섭취량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비타민 섭취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물도 역삼투압으로 모든 무기질이 제거된 순수한 물을 먹다 보니 무기질도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농산물이 재배되는 토지가 이미 과도한 농약, 제초제 등의 사용으로 오염되어 과거에 비해 비타민, 무기질 함양 자체가 낮아지는 것도 한몫한다.
물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이전글을 참고 바란다.
여러 가지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비타민, 미네랄 섭취가 부족하니 이렇게라도 챙겨 먹자고 이야기한다.(다만, 인터넷상에서는 마치 비타민제를 복용 안 하면 문제가 무조건 나타날 수 있으니 먹는 것이 좋다고 과장되게 전달하는 것이 문제 이긴 하다.)
반대로, 보충제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쪽의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적으로 보충제는 모양만 그럴싸하게 흉내 낸 화학물질일 뿐 그 기능까지는 따라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식물에 들어있는 영양소에는 비타민C와 같이 단일영양소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식이섬유소도 풍부하고, 그 외 다양한 파이토케미컬이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레몬.
비타민C 외에도 나트륨 조절에 도움이 되는 칼륨뿐 아니라, 마그네슘, 칼슘, 철, 아연, 엽산 등이 함유되어 있다. 영양소들 간의 상호작용으로 나타나는 시너지효과가 더 중요하다.
(일부 천연비타민은 섬유소가 제거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비타민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우리가 녹즙을 먹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섬유소가 있으면 채소에 함유된 비타민, 미네랄의 흡수율이 낮아지기 때문.)
결국, 비타민제를 선택할지, 비타민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본인의 생활을 돌아봤을 때, 채소, 과일을 도저히 먹을 수 없다고 한다면 부족한 비타민을 비타민제를 통해서라도 공급받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러나 채소나 과일을 조금이라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면 비타민제는 필요하지 않다.
실제 과일에 들어있는 비타민C 함량을 알아보면(생산지, 생산시기, 보관방법 등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딸기는 100g 당 약 50mg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는데, 100g은 대략 딸기 5~6개 정도에 해당한다.
파인애플도 100g 당 약 47mg의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고, 우리가 흔히 마트에서 동그랗게 잘라져 있는 파인애플 한 조각이 100g이 조금 넘는다.
딸기, 파인애플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과일에는 비타민C가 함유되어 있으니, 본인이 좋아하는, 또는 몸이 좋아하는 과일을 잘 선택해서 섭취하면 충분하다는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