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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스키 Jan 20. 2022

올해도 어김없이

눈이 내린다. 일하다가 창밖을 보니 커다란 함박눈이 고요하게 쏟아지고 있다.


눈은 참 희한하다. 매해 겨울 내리는데도 볼 때마다 새롭다. 나는 겨울은 좋아하지 않으나, 오히려 싫어한다고 말하는 게 더 맞지만, 눈 오는 날은 이상하리만치 행복해진다. 아마도 눈이 거는 하얀 마법이 원인일 터.  담배꽁초나 자잘한 쓰레기 따위로 더러워진 거리도, 어둡고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음침한 골목도,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이면 온 세상이 새하얗게 공평해진다. 실로 강력한 흑마법 아니, 백마법이다.


그것뿐인가. 사람들이 자주 다니던 길가를 눈으로 덮어 아무도 걸었던 적이 없는 듯한 새길로 만들어 낸다. 그 길 위에 첫 발자국을 남길 때의 짜릿한 희열이란….

눈 오는 풍경

하지만 눈은 서글프다. 아름답게 내리는 순간에도, 머지않아 따스한 햇살에 녹아 사그라질 것을 나는 안다. 마치 첫눈에 반했지만 사랑할 수 없는 상대를 바라보는 느낌이랄까. 문득 영화 <비포 위 고(Before We Go)>가 떠오른다. 주인공 닉이 아련한 눈빛으로 브룩을 보내주는 장면은 가슴이 한편이 저릿해지는 명장면이다. 닉만큼은 아니더라도 눈 오는 날은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애틋하다.


영원할 것만 같은 하얀 마법도 금세 흙먼지와 쓰레기가 섞여, 누구도 만지고 싶어 하지 않는 지저분한 눈으로 변하겠지.


그렇게 올해 겨울도 어김없이 ,

백마법을 부리는 하얀 마법사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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