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수필
언젠가 당신의 손을 잡았을 때 든 생각 하나. '속지 않아야겠구나.‘ 그러니까 이게 무슨 말이냐고 하면, 언젠가부터 손잡는 일은 내게 당연한 일처럼 느껴졌다. 만나자마자 손을 잡고, 되도록 그렇게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그러다 보니 그리 처음과 같은 짜릿함 은 미약하게 느껴졌고, 그 자리를 익숙함이 채우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손잡는 일에 감흥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러나 경계할 필요가 있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의도의 생각이었다. 피고 지는 꽃이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그것이 만든 광경은 늘 아름다운 것처럼, 당신의 손을 잡은 이 순간은 내게 기쁨이다. 당연한 존재와 일은, 모두 많이도 겪어왔기에 당연해질 수 있었다. 많이도 겪어왔다는 사실은, 내가 그리도 많이 겪기 원했기 때문이었다. 아름다워서, 기뻐서, 좋아서. 당신과 손을 잡는 순간도 내게 마찬가지였다. 오래도록, 그리고 자주 겪고 싶을 만큼 내게 기쁜 일이었다.
당신과 처음 손을 잡은 순간을 기억한다. 처음 제대로 눈을 마주한 기억을 되새긴다. 모두 실감 나지 않았다. 내게 과분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당신 몰래한 첫 번째 다짐. 열심히 해야겠다. 그렇지. 초심이었다.
그러니 이제는 당연하게만 느껴질 이 순간을 재차 소중히 여기려 한다. 느슨해진 벨트를 다시 조여보려 한다. 손잡는 일과 순간을 모두 당연히 여겨서는 안 된다. 사람 한 명의 마음을 얻는 일은, 세상의 어떤 많은 일보다도 어려운 일이니까. 어렵사리 손에 쥔 성공을 놓치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되었다. 다시 손을 잡는다면, 그 손을 정말 꼭 잡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