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들.

by 리들리Ridley


눈을 감으면, 눈을 떴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죠. 내일의 불안, 어젯밤의 트라우마, 오늘의 고심. 차라리 눈을 뜨는 게 편하겠다 싶을 만큼 온갖 것들이 보이죠.


다들 알죠. 내가 하는 걱정의 90%는 일어나지 않을 테고,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걱정과 불안은 독임을 알고도 놓지 못하는 중독 물질인 걸.


어쩌다 한번 붙잡은 불안의 손은 놓으려 해도 이제는 달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죠. 숨을 헐떡이고 쿵쾅대는 심장소리에 귀 기울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내게 불안을 안기는 존재의 얼굴을

눈을 감고서 들여다봅니다.


내게 불행이 되는 존재의 시선을

눈을 감고서 들여다봅니다.


내게 불현듯 찾아오는 존재의 태도를

눈을 감고서 들여다봅니다.


두렵습니다. 확고히 두렵네요.

어찌할 수 없고, 참을 수 없는 불안의 무게를

저는 오늘도 이겨내지 못하는 걸까요?


원치 않았지만 어찌할 수도 없는 불안을

이겨낼 힘을 달라고 기도하는 수밖에.

온갖 주석을 달아도 알 수 없는 해답에

숨을 허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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