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까이 컨디션이 크게 나빠지지 않고 있다. 전체적으로 무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머리도 꽤 맑은 편이라, 실험에 대한 아이디어들도 잘 떠오르고 (실험은 여전히 지지리도 안되고 있지만) 한글학교일이나 그 외 취미생활 등 여러 가지 면에서도 활발하게 해나가고 있다. 한 가지 문제라면 깊은 잠을 못 잔다는 거다. 잠을 자도 2시간마다 깬다. 그러다 잠이 안 올 때는 일어나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잠을 청한다. 문제는 이게 약을 먹어도 똑같다는 거다. 하지만 더 강한 약을 먹고 싶지는 않고, 다시 잠을 자면 모두 합쳐 4~6시간은 잠을 자니 수면이 그렇게 부족하지는 않은 것 같아 그냥 생활 중이다. (이것 때문인지 오후 3시~4시 사이에 엄청나게 졸린 순간이 찾아오고 정신력으로 버티다 보면 잠이 달아난다.)
나는 컨디션이 좋을 때 잠이 없어지는 편이다. 우울과 불안의 상태가 나빠질 때 보통 잠에 빠져들고 세상으로 나가기를 싫어한다. 그러니 요즘 컨디션이 좋은 것과 이런 수면의 문제는 뭔가 연관점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잠이 오히려 다시 많아지는데 경계심이 든다. 그러다 우울함이 몰아칠까 두렵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우울증을 20년 넘게 가지고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내 상태를 짐작하고 예상할 수 있다. 내가 안 좋아지기 전에 이미 그 신호들을 인지한다. 그러니 어느 정도 조절하며 사회생활도 하며 살 수 있는 거겠지. 완전한 치유가 아니라 조금은 나아진 상태와 악화가 반복되다 보니, 좋은 상태일 때도 언젠가 다시 우울이 닥칠 것을 알고 있기에 온전히 우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좋은 일이 있어도 '이렇게 좋은 것을 보면 또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기려는 걸까'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 좋은 것을 온전히 즐기기가 어렵다.
나는 이런 나의 상태를 멈추지 않는 롤러코스터 같다 생각한다.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계속 반복되는 거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이런 상태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런 생각을 지니고 살면 우울함이 몰아친 상태에서도 내가 다시 나아지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안다는 게 큰 힘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반복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결론은 요즘 컨디션이 좋다는 거다. 좋아서 다시 나빠질까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는 거고, 그저 지금은 좋은 상태가 최대한 오래 지속되길 바라면서 그 사이 실험에서도 진전이 있으면 좋겠다.